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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혼모 70%이상 양육 포기…사회 관심·정부 재정지원 절실"

입력 : 2009-02-25 23:02:41 수정 : 2009-02-25 23: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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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보아스 이사장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하는 미혼모들을 위해 국가가 교육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미혼모 지원 성공사례 워크숍(26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59·사진)는 25일 미혼모를 위한 사회 네트워크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이사장이다.

보아스 이사장은 처음에는 한국 문화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한국문화를 존중하는 외국인으로서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자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미혼모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고 한국인들이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미혼모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죠.”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녹내장 전문의로 일하다 2001년 은퇴한 그는 2005년 국제입양 증진사업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미혼모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20여년 전 한국 아이를 입양한 그지만 한국의 미혼모 실태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입양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2006년 대구를 방문했을 때 미혼모 대부분이 아이를 낳기도 전에 입양동의서에 도장 찍는 것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보아스 이사장은 “미혼모들은 낳은 아이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경제·사회적 압박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고민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했더라도 혼자 아이를 키울 나이인데 왜 그렇게 해야 할까’, ‘사회가 그들을 외면하는 건 아닐까’.

보아스 이사장은 “한국 미혼모 70% 이상이 양육을 포기한다고 들었다”면서 “미국에선 그 비율이 2%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당시 경험은 그를 미혼모를 돕는 사회운동가 길로 이끌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이때 만들어졌다. 미혼모와 자녀를 자립시켜 사회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게 목표다. 정치권, 정책 제안자, 학계, 입양기관 등을 찾아가 인식 전환을 주문하는 한편 미국 단체들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보아스 이사장은 “미혼모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려면 가족의 이해와 정부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혼모가 출산을 경험하면서 당사자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조언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들이 정규·직업교육 등을 통해 자활의 방편을 찾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회는 이들을 평등한 일원으로 받아들어야 한다. 색안경을 끼고 다르게 보면 안 된다”며 “한국에서 미혼모 문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사진=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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