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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미혼모 10명중 9명, 눈총 무서워 학업 포기

입력 : 2009-02-26 13:22:55 수정 : 2009-02-26 13: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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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계속 다니고 싶은데…" 교과부 실태조사
“집에서 나왔고 학교는 안 다녀요. 상담했더니 선생님이 자퇴나 휴학을 하라더군요.”

서울 한 쉼터에서 살고 있는 A양은 18살 미혼모다. 지난해 말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 학교를 그만뒀다. 어머니만 임신 사실을 알 뿐 다른 가족들은 가출한 걸로 안다.

A양은 “남자친구(19살)는 아이를 낳아 키우자고 하는데, 공부를 계속할 수 없고 마땅히 먹고살 방법도 없어 입양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미혼모들이 사회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며 교육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이들 10명 중 9명이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학교, 사회에서는 외면·버림받고, 대안교육 등 사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성개방 의식 등으로 학생 미혼모들이 날로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미혼모시설에서 생활하는 성인 미혼모 233명과 19세 미만 학생 미혼모 7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미혼모 가운데 ‘임신 후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6.8%에 그쳤다. 나머지는 ‘휴학’(13.7%) 또는 ‘자퇴’(56.2%)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미혼모들은 학업 지속 의향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6명꼴(58.9%)로 ‘매우 강하다’(30.1%) 또는 ‘강하다’(28.8%)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고교를 졸업해야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는다’(72.4%)고 했다.

학생 미혼모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당사자와 시설 실무자(조사대상 35명), 교사(〃 719명)들의 생각은 달랐다.

미혼모들은 ‘검정고시 준비’(47.9%)를 선호하면서도, 66.7%가 ‘시설로 교사를 파견하고 학교졸업과 동일한 학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 설립’(41.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시설 실무자들은 대안학교가 불필요하다(34.3%)는 응답이 많았다. 

교사들은 미혼모 문제를 학교 밖에서 해결하길 바라지만, 시설 실무자들은 자칫 대안학교가 ‘문제 학교’로 낙인 찍힐 것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교사 응답자의 70%는 학생 미혼모가 다른 학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출산(2003∼07년)은 모두 1만7172건으로 집계됐다.

낙태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혼모 시설 입소자 중 10대 청소년은 1997명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개방화하면서 학생 미혼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학생 미혼모들은 성관계를 갖게 된 과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자연스럽게’(5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상대방의 강제에 의해서’라는 응답자 비율은 26%였다.

미혼모 시설인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요즘 미혼모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하는 경향이 큰데, 교육을 받지 못하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면서 “최소한 의무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이태영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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