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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피임 전도사'서 '불임 해결사'로.. 인구협회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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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9 10:57:34 수정 : 2008-09-09 10: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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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협회 전신은 가족계획협회… 임무 180도로 바뀌어

1970년대의 인구정책 포스터(왼쪽)와 2000년대의 인구정책 포스터. 같은 기관에서 만든 것이지만 내용은 180도 다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8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출산장려 기관서 피임수술이 웬말”이란 자료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저출산 해결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이때 ‘산아제한’ 시대에나 행해지던 피임수술이 인구보건복지협회 주관 아래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속 의원에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시술한 영구피임수술은 총 1만8333건이다.여성이 받는 난관수술이 702건, 남성이 받는 정관수술이 1만7631건이었다.

 이 의원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피임수술을 시술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복지부는 “정관수술이나 난관수술을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에 한해 시술한 것”이라며 “앞으로 자녀가 적은 부부에 대한 피임수술은 근절토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돌아보면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원래 인구증가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5·16 쿠데타가 터진 1961년 창설된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전신에 해당한다. 피임수술을 하라고 만든 단체가 도리어 피임수술을 한다고 비판받는 세태가 지난 반세기에 걸친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국민은 ‘가족계획’이란 용어에 무척 익숙하다. 1960, 70년대 군사정권이 대한가족계획협회를 앞세워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면서 일상화된 것이다. 그 시절 가족계획은 사실상 피임수술의 동의어였다. 정부는 영구피임수술을 받은 국민들에게 온갖 혜택을 베풀었다.

 인구의 증가세가 어느 정도 수그러든 1980년대 중반 대한가족계획협회의 목표는 ‘가족계획’에서 ‘모자보건’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산아제한을 대신해 모성보호와 청소년 사업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1999년엔 40년 가까이 내걸어온 대한가족계획협회 간판을 내리고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로 고쳐 달았다. ‘계획’의 시대는 가고 ‘복지’의 시대가 왔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의 문패는 그리 오래 못 갔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출산장려와 인구증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또 한번의 개명을 겪는다. 2006년 지금의 인구보건복지협회로 새출발한 것이다. ‘복지’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인구’ 그 자체였다.

 올해 3월31일 창립 47주년 기념식장에서 최선정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한 말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최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각자 최선을 다해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아마 40년 전에는 “각자 최선을 다해 무분별한 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외쳤을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해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손잡고 불임부부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피임 전도사’에서 이제 ‘불임 해결사’로 180도 달라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변신은 그 자체가 현대사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순철 인구보건복지협회 홍보실장은 “인구가 너무 많으면 줄이고 적으면 늘리는 게 인구정책의 기본”이라며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가장 알맞는 인구정책을 펼쳐온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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