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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 보험도 안되고 실태조사도 없어 ‘산통’ 깨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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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8 16:07:45 수정 : 2008-09-08 16: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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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문제로 치부… 사회적 인식 부족
“질병 아니다” 당국 시술비 지원 ‘쥐꼬리’
◇서울의 한 불임클리닉에서 여성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덕 기자
“결혼식 전후로 친구들에게 ‘제일 중요한 혼수는 챙겼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어른들도 늦게 결혼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지 ‘빨리 애부터 생겨야 하는데’라고 걱정하더군요.”

30대 중반에 결혼한 구윤희 장스여성병원 불임클리닉 실장은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불임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실장은 “혼전 순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혼전 임신이 ‘혼수’라고 환영받는 것은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이제 불임은 ‘개인 문제’로만 덮을 수 없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고 진단한다.

국립국어원의 ‘2005년 신어(新語)’ 보고서에는 ‘불임휴직’이란 신조어가 들어 있다. 불임으로 고민하는 직원들에게 기업이 1년 정도 휴가를 주는 제도다. 2004년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이 도입한 후 금융권에선 제법 보편화됐다.

불임부부 모임의 당사자 운동과 민간 기업의 불임부부 지원이 늘자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시험관아기 시술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9월부터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함께 저소득층 불임부부 검사비와 인공수정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불임부부 증가 추세와 이들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 대응은 턱없이 부족하다. 

의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불임은 질병인 만큼 시험관아기·인공수정 시술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아직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정은희 부장은 “불임은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고 보험급여 적용의 위급성에서도 밀린다. 보험을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희 보건복지가족부 모자보건과장도 “불임이 일부 질병 개념에 포함되지만, 모두 질병으로 묶어 관리하기에는 안 맞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이 2005년 인공수정 시술비의 보험급여 적용을 검토한 결과 약 24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임을 ‘개인의 사정’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불과 몇해 전에 어느 국회의원이 ‘유산을 많이 해서 생긴 불임을 왜 나라가 끌어안아야 하느냐’며 따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불임에 대한 편견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런 환경 탓인지 복지부의 불임부부 지원예산 확대 요청은 예산당국과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뿐 아니라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

불임 역학조사는커녕 실태조사도 제대로 안 된 것도 불임 문제 ‘해법찾기’의 걸림돌이다.

취재 결과 전문가들의 불임부부 현황 파악은 ‘6쌍 가운데 1쌍’, ‘10쌍 가운데 1쌍’으로 제각각이었다. 학자들은 ‘혈세’가 투입되는 불임 지원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규모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천중문의대 윤태기 교수팀이 작성한 ‘2007년 불임시술 지원사업 평가 및 시술기관 질 관리’ 보고서는 “불임환자 관련 정보가 대단히 빈약해 정책적 접근에 필요한 명확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다”고 적었다.

황정혜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도 최근 복지부에 제출한 ‘불임의 사회적 요인 및 실태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정확한 불임 조사 자료가 없는 실정”이라며 “불임부부의 역학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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