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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불임의 사회학]불임여성…돈에 울고 편견에 울고 아파서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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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09 14:04:01 수정 : 2008-09-09 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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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소식 없냐" 친척 말 한마디가 '비수'

대인기피·우울증에 자살충동·이혼 호소
◇서울 송파구 마리아플러스병원 윤지성 진료부장이 불임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마리아플러스병원 제공
집안의 장손과 결혼한 지 8년째인 양모(37)씨는 추석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면 “아직도 아이가 안 들어섰니”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시어머니는 “집안의 근심”이라며 한숨지을 게 뻔하다. 양씨에게는 출산이 의무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말도 들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8번 받았지만 잦은 유산으로 실패했다. 임신 후 4개월 동안 꼼짝도 않고 방에 누워 있기도 했다. 심지어 의사가 자기와 잘 맞는지 점도 쳐볼 정도였다.

결혼 11년 만에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한 정모(42)씨는 “분당 모 병원에서 치료 중 알게 된 한 30대 초반 여성은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새색시였는데 치료를 받더라. 시댁에서 얼마나 달달 볶았으면 그랬겠느냐”라고 혀를 찼다.

불임부부 인터넷모임인 ‘아기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댁과의 갈등 중 가장 힘든 것은’이란 질문에 응답자 270명 중 가장 많은 응답은 ‘행사 때 마주치는 시댁 친척들의 충고와 비교’(64명, 37%)였다. ‘주변 사람 태도 중 견디기 힘든 것은’이란 질문에 응답자 382명 중 가장 많이 택한 답은 ‘임신소식이 없냐고 주기적으로 물어볼 때’(142명, 37.2%)였다.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중 가장 싫은 것(응답자 310명)은 ‘맘 편하게 먹어’(117명, 37.7%)와 ‘무자식이 상팔자야’(93명, 30%)였다.

불임여성들이 마음이 아파서, 사회적 편견, 경제적 부담에 울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배려마저 스트레스가 돼 대인기피증,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불임 이유를 결혼 전 행실 문제로까지 연결짓는 사회의 편견은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불임심리 상담사례’에 따르면 불임부부 상담자(148명) 중 일부는 자살 충동(9명, 6.1%)과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 이혼(19명, 12.8%)을 호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불임 및 불임 관련 의료 이용 실태와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서도 불임여성(479명)의 404명(84.2%)은 ‘정신적 고통과 우울이 심각하다’고 대답했고, ‘불임치료 비용이 가정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한 경우는 399명(83.2%), ‘시부모 등 가족의 편견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45명(51.1%)이었다.

윤지성 마리아플러스병원 진료부장은 “암 환자와 불임여성의 스트레스 강도가 비슷하다”며 “불임은 몸의 질병이면서 마음의 질병”이라고 말했다. 시부모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임신한 친구, 친지에 대한 질투로 이어지고 이들을 축하해 주지 못하는 자괴감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부부관계까지 악화된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 있으면 아기 낳고 돈 없으면 못 낳는다’는 말이 불임부부 사이에서는 ‘농담’이 아니다. 시험관아기 시술 5번 만에 딸을 얻은 김모(42)씨는 “내 딸은 6000만원짜리”라는 우스갯소리로, 전세 6000만원짜리 빌라를 사글세로 돌리면서 시술비용을 감당한 고충을 털어놨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9번 받았다는 홍모(40)씨도 “아직 갚지 못한 빚 3000만원을 포함해 7000만원을 썼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시술받을 정신·육체·경제적 힘이 없다”며 “남편에게  이 고통에서 벗어나 각자의 행복을 찾기 위해 차라리 이혼하자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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