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반납하는 병원 잇따라 최근 경남의 A종합병원에서는 15명의 당직 대상 전문의 가운데 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루 종일 외래환자를 진료한 뒤 거의 매일 야간 당직까지 설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병원장은 전문의들을 설득해 일단 사직서를 반려하고 빠른 시일 내에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할 계획이다.
‘응급실 전문의 당직법’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의 모든 진료과목에 당직 전문의를 두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자 차라리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포기하겠다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개 지방 중소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했다.
5일부터 시행된 새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응급실의 비상호출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전문의 1명 이상이 당직을 서도록 규정이 바뀌자 인건비를 추가해 응급의료기관 지위를 유지하느니 차리리 포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며 “그동안 응급의료기관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수를 줄이고 지원은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느긋한(?) 입장과 달리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경상남도의사회가 도내 44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6곳이 “지정을 반납하겠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병원 중 상당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A병원장은 “복지부가 의료현장의 반발을 고려해 행정처분을 유예키로 한 3개월이 지나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하는 병원이 크게 늘 것”이라며 “환경이 열악한 지방 중소도시 병원의 경우 특히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준식 기자 mj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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