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이달 비소식 감감
남부 전역엔 25일 단비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는 논밭이 널렸지만 농심을 적셔줄 비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인 2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4도를 기록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메마르고 무더운 날씨’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 중반까지는 남부 일부지역에만 비 소식이 있어 중부지방의 가뭄과 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제주도에, 25일 남부지방 전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부지방은 이달 말까지도 가뭄을 해갈할 ‘비다운 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제4호 태풍 ‘구촐(CUCHOL)’이 일본을 지나면서 한반도 기압 배치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며 “7월에는 어쨌든 비가 내리겠지만 6월 중에 비 내리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계속된 가뭄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확장’ 때문이다.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에 자리 잡으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고 있다는 것. 폭염도 이 고기압과 관련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차고 습한 고기압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덥고 건조하게 바뀌는 ‘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구름이 적어 일사량이 많아진 것도 더위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져 장마전선이 북상하면 고온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50여일 동안 서울에 내린 비는 고작 10.6㎜로 평년(182.8㎜)의 5.8%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낮 최고기온도 평균 26.8도로 평년(24.5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1908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5∼6월 날씨로는 가장 무덥고 건조하다. 고온과 가뭄 현상도 중부지방 전역에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강수량은 인천 14㎜, 춘천 16.8㎜, 대전 40.9㎜로 모두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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