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산간오지의 야생동물이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환경단체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겨우살이 먹이주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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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경 한국 자연의 친구들 대표·청주대 교수 |
평소에도 숲을 가꾼다는 명목으로 잡목이 제거됐는데 이는 야생동물에게는 치명적이다. 야생동물은 잡목에 의존해서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폭설이 내리고 강추위가 찾아들면 잡목이 눈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된다. 야생동물들은 잡목이 다 사라진 숲에서 어떻게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그동안 환경부는 환경 친화적 개발이라는 어휘를 남발하며 그린벨트를 훼손했다. 그 결과 일반녹지는 물론이고 국립공원의 깊은 곳까지도 사람들에 의해 잠식됐다. 지리산에 풀어 놓은 북한산 반달가슴곰 2마리가 불법 사냥도구에 걸려 희생되기도 했다.
외국의 국립공원은 겨울철이 되면 사료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첨가해 압축 후 헬기로 곳곳에 투하해 준다. 그러면 동물들이 그 먹이를 겨울 내내 먹으며 생존해간다.
10여년간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느낀 점은 예전의 국립공원은 겨울철 먹이 주는 일에 열심히 동참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예산 타령을 하며 회피하려 든다.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겨울이면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산속에서 추위와 눈보라를 맞으며 굶주림을 겪어야 하는 동물을 위해 숲을 숲답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로부터 숲을 보호하고 열매를 채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겨울이면 야생동물을 위해 건초나 시래기, 옥수수, 사료 등 먹이를 줘야 한다. 겨울철 먹이주기 운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생태계의 주인은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다. 자연과 사람은 떼어 낼 수 없는 한 몸이다. 산이 있으면 그 아래 녹지는 산을 보호하는 완충지역으로 동물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혀 동물에 대한 배려 없이 각종 개발로 훼손을 일삼고 있다.
궁극적으로 야생동물이 살기 힘든 땅은 사람도 살기 어렵다. 모든 야생동물은 인간과 공존관계에 있다. 야생동물이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모든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가 이뤄진다. 야생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폐해는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옥경 한국 자연의 친구들 대표·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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