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얼굴 형편없더라”…관저서 尹 면담한 與의원들 전언

尹 "2년반 임기 더해서 뭐하겠나"
검사가 영장 읽자 "알았다, 가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이런 상황에서 (남은) 2년 반 임기를 더해서 뭐 하겠나”라며 사실상 정권 재창출을 당부하는 말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저에서 1시간 30분가량 면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관저)에 있으나, 저기(공수처)에 있으나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는 건 매한가지인데,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영장 청구와 집행 과정 모든 게 불법이다. 여기에 굴복할 수는 없다”면서도 “더 저항하면 경찰과 경호처, 우리 청년들끼리 무력 충돌해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그래서 내가 (수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좌파 사법 카르텔이 얼마나 무섭고 무도한지 오늘 똑똑히 보게 된다. 무법천지”, “좌파의 실체를 알게 돼 다행”, “내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국민들, 우리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되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등의 말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면담이 끝날 무렵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추운 날씨에 나 때문에 고생이 너무 많다. 미안하다”며 “당과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면담 초반 동석했는데, 일부 의원에게 “수고하신다”며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권영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전날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김 여사와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서도 “얼굴이 형편없더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 때와 압송 이후 모두 함께 있었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전 공수처를 나서며 “대통령께서는 이미 모든 걸 각오하셨다”며 “사실 줄탄핵을 계속 겪지 않았나.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는 거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임기를 2년 반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는 식의 생각을 하셨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젊은 검사가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한 장 한 장 설명하니까 (윤 대통령이) ‘알았다. 가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어 “(윤 대통령이 오늘 새벽) 1시에 잤다가 2시 반에 전화가 와서 깼다고 한다”며 “그래서 잠이 부족하고 시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조사와 관련해 “아마 수사 과정에는 말씀을 안 하실 것 같다”며 “법원 단계에 가서, 아니면 탄핵 심판 절차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 두 번째)과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오른쪽 첫 번째) 등이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윤 의원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 집행이 모두 불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이 정도로 무너졌나 정말로 개탄스러운 입장”이라며 “사실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이 없다. 애당초 결국 이 영장 청구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윤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