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
통일부 산하기관장으로 차관급인 조민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예전 어머니들은 밭 매다 애낳았는데 시절이 좋아졌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 및 비위 의혹이 제기돼 통일부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회 및 정부에 따르면, 조 이사장은 취임 후 부서별 업무보고에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여성 직원에게 “예전 어머니들은 밭을 매다 애 낳고 다시 밭에 나와 일했다”며 “시절이 참 좋아졌다”고 말했다.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참석한 여성 직원들은 어이없어 했지만 “가임기 여직원들이 많은데 육아휴직 들어가면 일은 누가 하느냐”는 등 발언이 이어졌다고 묘사됐다.
조 이사장은 통화에서 일부 발언은 맞지만 “가임기” 발언은 하지 않았고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과거 어머니들이 그랬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다같이 웃으며 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 “육아휴직을 못가게 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내규에 따라) 격려금도 지급하며 육아휴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여성 직원을 동등한 직원으로 보기보다는 임신, 출산이라는 성 역할에 국한된 객체로 보는 언행이어서 굉장히 문제적 발언”이라며 “예전보다 나아졌다, 이전보다 세상 좋아졌다는 인식 자체가 성차별적 인식”이라고 했다.
최 부소장은 “지금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쁘다는 전제가 없고, 언제보다 나아졌다고 비교할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임신, 출산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된 것이 우리나라 직장내 관련 법령 내용”이라며 “이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나아졌다고 하는 것은 칭찬도 긍정적 언사도 아니며 마치 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할 여성은 예전에 비해 더 열심히 근로하지 않는 행태라고 보는 편견이 담긴 언행이어서 굉장히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했다.
최 부소장은 “성차별적 인식은 성희롱과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늘상 이야기해왔고, 공공기관장이라면 특별히 성차별, 성희롱 관련 사안을 더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여성가족부에 매뉴얼화 돼 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가 여러 사안들을 거치면서 만들어온 정책적 결과이자 수행해야 할 과제인데 공공기관장이 그런 언사에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은 대단히 문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조 이사장 관련 직장내 성희롱적 행태, 공정하지 못한 업무처리 및 기부물품 사적유용, 업무추진비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 통일부 장관, 출입기자, 탈북단체들에 대한 사찰 의혹, 인사비리 등 관련 제보가 들어왔으니 감사해서 보고해달라”고 질의한 바 있다.
제보에는 공개된 내용 외에도 ‘탈북민들을 만나 탈북민이 뭉쳐 통일부 앞에 몰려가 집회도 하고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을 해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이사장은 “탈북민 사회가 지나치게 갈등하고 분열돼 있어 서로 소통하고 단합하자는 것이지 통일부 앞에 몰려가 집회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정면 부인했다.
또 국정감사장에서 나열된 의혹들에 대해서 “모두 악의적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제보된 내용은 저와 간부들에 대해서까지 허위사실과 명예훼손, 무고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령 직원과 노래방에 간 사실 자체가 없는데 노래방에 갔다는 식으로, 조만간 통일부에 상세하게 정리된 입장을 제출할 것이며 그 외 필요한 대응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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