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돌려막기 위해 이벤트 강행” 지적
금융위원장 “대주주 등 책임 물을 필요”
인터파크커머스도 산하 플랫폼 정산 중단
전자상거래업체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정산 지연사태 직전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평소 5배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자금 위기를 감지하고 ‘대금 돌려막기’를 위해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티메프의 일간 카드 결제 합산금액에 따르면 지난 6일 897억원으로 6월 17∼30일 일평균(168억원) 대비 435% 많았다. 위메프의 대금 지연이 발생한 정산일의 하루 전날이다.
결제금액 급등은 이달 들어 티메프가 진행한 대대적인 이벤트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티몬은 지난 1∼14일 ‘몬스터 메가세일’을 통해 최대 30% 중복할인을 내걸었다. 위메프도 지난 1∼12일 ‘위메프 데이’를 통해 여름 시즌 초특가 행사를 열었다. 판매 대상 품목에는 이번 환불사태를 키운 여행상품과 레저·숙박 이용권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벤트 직후 티메프의 일일 카드 결제 합산금액은 1일 482억원, 2일 350억원, 3일 606억원 등 모두 전월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신용카드 결제 추정 금액만 집계한 만큼 무통장 결제 등이 포함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메프의 5월까지 미정산 금액은 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6∼7월까지 더하면 1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미정산 금액 등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해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첫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신속한 수습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전자상거래 및 전자지급결제 분야의 신뢰할 수 있는 거래질서와 엄격한 규율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제공한 티몬·위메프의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산지연 사태는 인터파크커머스 등 큐텐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AK몰·인터파크도서·인팍쇼핑 등 산하 플랫폼 전체에 대해 정산 중단을 공식 선언했고, 인터파크도서·인터파크쇼핑 등은 잇달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이날 공지를 올려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 미정산 영향으로 입점사인 교보문고와 정상화 시점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직원은 조속히 서비스를 정상화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해외 직구 플랫폼인 인팍쇼핑도 이날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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