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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휴양도시에서 범죄도시로 전락한 파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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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4 23:26:16 수정 : 2024-05-14 23: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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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수도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약 145㎞ 떨어진 촌부리주에 휴양지 파타야가 있다. 원래는 이름 없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61년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보급기지로 운용하면서 개발되기 시작됐다. 파타야 해변에는 해양스포츠를 즐기려는 인파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밤에는 환락의 거리로 변모한다. 이런 이국적 분위기로 ‘동양의 하와이’로 불린다. 각종 바가지에다 밤낮 정신없는 분위기, 불친절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11월 파타야의 고급 리조트에서 당시 25살 임모씨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갈비뼈 7개가 부러지고 앞니와 손톱이 빠져 있을 정도의 참혹한 구타 흔적과 함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임씨를 범인들이 취업 빌미로 꾀어낸 뒤 도박사이트 설계와 운영을 맡기고는 감금과 폭행을 일삼다 숨지게 한 일명 ‘파타야 살인사건’이다.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마동석 주연 영화 ‘범죄도시4’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태국 파타야의 한 호수에서 태국 경찰이 시멘트로 채워진 플라스틱 드럼통을 건져 올렸다. 드럼통 안에서 한국인 A씨의 시신이 나왔다. 한 유명 프로파일러는 라디오에 출연, “영화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신세계’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방식과, 영화 ‘범죄도시2’에서 ‘셋업 범죄’(미리 정한 대상을 함정에 빠뜨려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방식)를 실제로 재현했다는 주장이다. 태국 현지 방송은 A씨의 시신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영화에서 범인들이 피해자의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으로 등장한다.

많은 범죄 영화가 휴양지나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다.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잔혹함을 드러내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더욱 느끼게 한다. 이런 영화 속 가상 상황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이 알려진 뒤 관광객 불안감이 크다. 이래저래 가상과 현실을 넘나든 휴양지 파타야는 이력에 범죄도시를 추가할 것 같다. 모방범죄가 이어질까 걱정이다. 마음 놓고 범죄 영화를 즐길 수만도, 해외 휴양지로 쉬러 가기도 힘든 세상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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