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환 재활·운동치료 솔루션 제공
CES 2024서 ‘혁신상’…150만달러 계약도
“글로벌 지향…올해 시리즈 B 돌입 계획”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혁신의 격전지로 꼽혔다. 한국 기업이 CES 2024 혁신상을 휩쓴 가운데 혁신상의 받은 한국 스타트업들을 살펴보면 헬스케어 산업 비중이 25.9%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ES에 참가한 에버엑스도 여기에 해당한다. 에버엑스는 근골격계질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재활·운동치료 솔루션 ‘모라’(MORA)로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에버엑스는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디지털 치료제(DTx·Digital Therapeutics) 기업이라는 강점이 더해졌다. 식약처는 DTx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로 규정한다. 다시 말해 앱이나 웹에 접속해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업계에선 DTx가 1세대 화학 치료제, 2세대 바이오 치료제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디지털 치료제 산업 동향·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DTx 시장은 2021년 약 32억3000만달러(약 4조6117억원)에서 2030년 173억4000만달러(약 2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근골격계 질환 + DTx = ‘모라’(MORA)
근골격계 질환의 재활·운동치료는 DTx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주3∼5회의 재활운동치료를 권장하는데, 비용과 시간·장소 제약으로 환자가 매번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수가 문제로 치료 제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혁신상을 수상한 에버엑스의 모라는 근골격계 재활치료 의료진과 환자의 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치료 솔루션이다. 환자는 휴대용 단말기의 카메라만 있으면 모라를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세 추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운동치료를 수행하고 근골격계 기능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에 대한 재활 처방, 원격 모니터링 등을 할 수 있다.
모라는 재활치료의 핵심인 ‘수행력’까지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활치료는 환자가 병원뿐 아니라 집에서 수행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모라는 앞선 베타 테스트에서 환자 수행률과 치료 순응도 74%를 기록했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8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에버엑스는 CES에서 모라의 직장인 자가 관리 솔루션 버전인 ‘모라 케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모라 케어는 모라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해 선보이는 서비스로, 기업의 임직원 건강 복지 서비스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직장인들의 고질병인 일자목, 요통 등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거나 악화하기 쉬운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고, 개인 맞춤형 운동으로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모라와 모라 케어는 모두 국내 병원과 기업을 타깃으로 한 솔루션이다. 에버엑스는 국내 대학병원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모라 사용 구독병원을 확대하고, 모라케어의 기업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및 검진센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에버엑스 리햅’으로 美 진출 본격화
에버엑스는 미국 시장에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2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 7월 모라 플랫폼의 미국 버전인 ‘에버엑스 리햅’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2등급 의료 기기로 등록해 미국 원격치료모니터링(RTM) 수가 대상에 올랐다. 국내에서 처방 재활운동 및 원격 모니터링 목적으로 FDA에 의료 기기가 등록된 것은 최초 사례다.
에버엑스 리햅의 FDA 등록은 미국 시장 진출의 시작점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RTM 수가가 도입되면서 메디케어를 비롯한 공보험과 사보험에 보험 청구가 가능해졌다. 또 미국은 한국과 달리 물리치료사들이 직접 센터를 만들고 재활운동치료에 대한 수가 청구가 가능하다. 국내보다 시장성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에버엑스는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세일즈를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까지 병원급 규모의 물리치료센터 40∼50개소에 에버엑스 리햅을 공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스포츠 인구가 많고 비교적 젊은 환자층에서 재활운동에 대한 수요가 높고, 타 지역보다 네트워크 구축이 잘 돼 있어 에버엑스 리햅과 같은 DTx를 상용화하기에 최적의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기업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에버엑스는 이번 CES에서 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의 헬스 부문과 협업을 논의했고, 미국 소재 다른 기업과는 150만달러 규모의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LG 러브콜…“시리즈 B 준비 중”
에버엑스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윤찬 정형외과 전문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근골격계질환 치료에서 재활·운동치료가 중요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선 제한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에버엑스를 설립했다.
에버엑스는 현재 정형외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컴퓨터 비전 AI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의료 기기 개발 △인허가 등에 특화된 30여명의 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 5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성료했고,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105억원에 달한다. 시리즈A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시장 검증을 마친 뒤 시장에 출시할 베타 혹은 정식 버전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한 준비단계에서 받는 투자를 뜻한다.
에버엑스는 삼성넥스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재무적 투자자, LG전자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국내 IT 양대산맥으로부터 모두 러브콜을 받았다.
에버엑스는 올해 세일즈 모멘텀을 살려 ‘시리즈 B’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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