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8월 어느 날, 영국 록밴드 비틀스는 런던의 한 횡단보도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도로 한가운데에 촬영용 사다리를 설치한 뒤 찍었다. 촬영을 마치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틀스의 11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인 ‘애비로드(Abbey Road)’다. 사진이 촬영된 횡단보도는 애비로드로 불렸다. 앨범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곳이 브리티시 팝의 ‘성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미국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Graceland).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이었던 이곳은 전 세계 팬들이 찾는 순례지다. 팬들은 엘비스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시애틀의 박물관 ‘모팝(MoPOP)’은 보다 현대적인 음악 성지다.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1942∼1970)를 비롯해 1990년대 초 전 세계를 강타했던 록밴드 너바나 등이 탄생한 도시의 정체성을 집약해 음악을 전시하고 해석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성지가 반드시 원형 그대로 보존될 필요는 없음을 보여준다.
유명 음악 성지는 단순한 관광지를 뛰어넘는다. 단지 아름답거나 오래되어서가 아니다.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시간이 겹겹이 쌓여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때문이다. 오늘날 성지는 과거의 유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대진다. 사진 한 장,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 장소의 서사를 이어가는 식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공유된다.
정규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들고 2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컴백한다. 공연은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열리는 복귀 무대이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 국가·지역에 생중계되는 글로벌 이벤트다. 공연을 앞두고 전 세계 ‘아미’(BTS 팬클럽)들이 서울로 집결하고 있다. 팬들은 마치 성지 순례하듯 BTS 래핑이 있는 세종문화회관을 찾고 앞다퉈 ‘인증샷’을 올린다. 이 역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마침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카데미에서 2관왕의 영예를 안은 직후다. 광화문광장도 영국 비틀스의 애비로드 등에 비견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애비로드와 광화문광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60.jpg
)
![[기자가만난세상] AI가 꿰뚫어본 장애인 복지의 민낯](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792.jpg
)
![[세계와우리] 美·이란 전쟁에 미소짓는 러시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46.jpg
)
![[조경란의얇은소설] 현명한 행동](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13.jpg
)





![[포토] 홍은채 '완벽한 비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300/20260319512224.jpg
)
![[포토] 정소민 '하트 여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300/20260319512160.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