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분→초 단위 발표
사상 최초로 100초 이내 진입
“전례 없는 위험시대 살고 있어”
인류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이 파멸을 향해 10초 더 줄어들어 사상 최초로 100초 이내로 진입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 핵과학자회(BAS)의 발표를 인용해 시계의 초침이 ‘자정까지 90초 전’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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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하고 미국 원자폭탄 연구의 기초를 세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주축이 돼 1945년 창설한 BAS는 지구 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핵 위협 가능성을 고려해 1947년 이래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해왔다. 이 시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주요 사건이 반영되지 않는 등 일부 비판이 있지만, 핵과 기후변화 등에 대한 인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지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커진 것이 이번 변동의 결정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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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브론슨 BAS 회장은 이날 BAS 회보에 관련 내용이 발표된 뒤 기자회견에서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위협을 통해 전 세계는 분쟁 확대가 끔찍한 위험임을 다시 깨닫고 있다”면서 “갈등이 통제 불가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비 지원에 속도를 내자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1947년 7분으로 시작된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이후 전 세계 핵 위협이 고조되면 줄어들었다가 긴장이 완화되면 늘어나기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계속 줄기만 하고 있다. 2012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으로 5분으로 줄어든 뒤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영향 속 북한 등의 핵 위협이 고조되며 2분대로 진입했다. 2020년부터 BAS는 기존 분 단위로 발표하던 시간을 아예 초 단위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해졌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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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100초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90초까지 시간이 줄었다. BAS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 종말에 가까워지는 데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도 시간 변화를 발표했다.
브론슨 회장은 “우리는 전례 없는 위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최후 심판의 시간은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면서 “우리는 지도자들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모든 능력을 탐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발(發) 핵 위협이 주된 요인이지만 그것만 인류 멸망 예상 시간을 줄인 건 아니다. BAS는 “새로운 시간은 기후위기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생물학적 위험 완화에 필요한 국제적 표준 및 기관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BAS는 2010년대부터는 기후위기 등도 종말 시간 설정에 함께 고려하고 있다. BA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위협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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