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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은 ‘미친 3점슛’으로 현대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내가 파이널에서 응원한 팀은 커리의 상대였던 보스턴 셀틱스였다. 대학 동기, 선배, 지인 등 스포츠를 사랑하는 10명이 모여 NBA 선수들을 드래프트해 그들의 실제 기록으로 매주 승부를 겨루는 ‘판타지리그’가 취미 중 하나인데, 골든스테이트를 응원한 것은 ‘커리빠’인 대학 동기 하나였고, 나머지 9명은 보스턴을 응원했다. 국내에 극성 커리팬이 워낙 많아 노파심에 밝히지만, 나를 포함한 9명은 커리의 기량은 물론 NBA에서 그의 위상도 모두 인정한다.

남정훈 사회부 기자

그런데 우리가 몰표에 가깝게 보스턴을 응원한 이유는 단 하나. 극성 커리팬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2010년대 들어 NBA 아이콘이자, 국내 NBA 팬덤에서 가장 인기 높은 선수도 커리다. ‘커리빠’들은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를 무한 찬양하고, 심지어 커리의 팀동료 드레이먼드 그린이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해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9명의 바람과는 달리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커리는 유일한 콤플렉스였던 생애 첫 파이널 MVP도 차지했다. 역사상 유일한 만장일치 정규리그 MVP 출신인 커리는 과거 3번의 파이널 우승 때 동료들에게 밀려 파이널 MVP를 받지 못했다. 이번 파이널 이후 일부 커리팬이 “이제 커리가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10인에는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자 커리 팬덤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고, 나아가 커리도 괜히 싫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NBA 파이널에서 느낀 마음을 돌이켜보면 ‘빠가 까를 만든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도가 지나친 팬덤을 가리키는 ‘빠’가 안티인 ‘까’를 만든다는 의미로,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그들이 추종하는 대상의 안티가 돼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국내 정치도 과도한 팬덤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개딸들’이라 칭하며 이들의 지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성혐오 담론을 부추겨 2030 남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팬덤 정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거에서 지면 모든 것을 다 잃는 정치인에겐 인기는 생명이다.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도 ‘노사모’, ‘박사모’, ‘달빛기사단’ 등 그들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덤의 역할이 컸다. 이 때문에 후대 정치인들 역시 팬덤의 유혹을 저버리기 힘들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과격하고 배타적인 팬덤은 지지층의 확장을 제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과격한 팬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다른 정치인에게 문자폭탄이나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을 보내기도 한다. 결국 도를 넘는 공격성은 그들이 추앙하는 정치인을 자신들만의 성에 가두게 된다. 덧셈의 미학인 정치에서 악성 팬덤의 존재는 정치인에게 결국 ‘뺄셈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명심하자. 빠가 까를 만든다.


남정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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