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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숨결을 불어넣는 무대 뒤 사람들의 이야기

입력 : 2022-06-19 20:35:06 수정 : 2022-06-19 20: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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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해외초청작 연극 ‘소프루’

“프롬프터하면서 희생도 따랐지만 (이 직업을) 사랑했어요. 연극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44년 동안 이 일을 하게 된 거예요.”

포르투갈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에서 1978년부터 ‘프롬프터(Prompter)’로 활동해 온 크리스티나 비달은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극 ‘소프루(Sopro·사진)’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립극장 해외초청작으로 지난 17일 시작해 19일 끝난 ‘소프루’는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가 대사나 동작을 잊었을 때 일러주는 ‘프롬프터’를 중심으로 연극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극장에서 그림자처럼 평생을 보내고 사실상 마지막 현역 프롬프터가 된 한 여성(비달)의 기억을 통해서다. ‘소프루’는 포르투갈어로 ‘숨, 호흡’이란 뜻과 함께 ‘프롬프터가 배우에게 대사를 속삭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포르투갈 연극배우 출신으로 세계 공연예술계가 주목하는 연출가·극작가 티아구 호드리게스가 2015년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2년 가까이 비달을 설득해 만든 작품이다.

예술과 기억을 연마해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 온 호드리게스는 ‘소프루’ 무대에 등장시킨 비달을 통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잊혀 가는 존재와 오랜 문화유산을 기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연출 의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을 위해 일하며 행복과 의미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달도 “극장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좋은 무대를 위해 묵묵히 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오마주(경의)”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비달(프롬프터)과 호드리게스(예술감독) 사이에 있었던 일과 비달의 기억에 몰리에르, 라신, 체호프 등 유럽 고전 희곡의 서사를 교차시킨다. 이렇게 허구와 실재,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프롬프터와 예술감독 역할은 전문 배우들이 맡고 비달은 무대에서도 프롬프터로 일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다섯 살 때 간 극장 프롬프터 박스에서 연극을 처음 봤다는 비달은 “다음달까지만 하고 은퇴한다”며 “무대 위 배우를 돕는 프롬프터가 극장들이 예산문제로 고용을 안 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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