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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논란만 남긴 문재인·바이든 회동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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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2 23:15:31 수정 : 2022-05-22 23: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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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靑서 “백악관측 제안” 공개
바이든 방한 하루 전에 “없던 걸로”
회동 대신 전화 통화 하면서 일단락
확정 전 일정 공개… 뒷맛 개운찮아

“자, 이제 그만하실까요.”

정치부 기자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을 취재했던 3년여의 기간 동안 문 전 대통령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문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어느 정도 이어지면 ‘자, 이제 그만하실까요’ 하고 자리를 떠났다. 문 전 대통령은 말수가 적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듣기 어려웠고, 이쯤 되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싶은데도 입장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적도 많았다.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좀처럼 앞서가는 법이 없었다. 특히 현안보다 앞서가는 질문이나, 앞일을 가정한 질문에는 여지없이 ‘자, 이제 그만하실까요’가 나왔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논란이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20일도 더 넘게 남은 4월 하순,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간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구체적인 회동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당시 현직에 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퇴임하시고 얼마 안 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자고 이미 얘기가 왔기 때문에 아마 그 일정은 또 하셔야 되지 않을까”라고 미국의 만남 요청을 확인했다. 탁 전 비서관은 “지금 장소와 형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밝혔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 ‘대북특사론’을 거론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문 전 대통령을 만난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방한 일정을 ‘경제안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는 ‘원칙적 대응’ 입장을 밝히는 중에도 대북특사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새 정권이 소위 말해서 정치적으로 보복을 하거나 이런 것에 대한 하나의 장치 이런 해석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문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브리핑이 있기 직전까지도 한국에는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가 ‘미국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일정을 청와대가 일찌감치 공개한 것은 더 이례적이다. 양국 정상급 회담과 관련한 발표는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합의 끝에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양국 간 정상급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절차와 세부적 조율 과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일정을 확정하고 언론에 공개하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고려하면 이번 논란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워싱턴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다면 이례적 일정인 만큼 비공개로 추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 만남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리 공개되고 또 기정사실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윤석열정부를 고려하면 비공개로 진행됐어도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논란은 문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했던 일정이 무산됐고, ‘잊히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성과도 없이 무색하게 됐다. 문재인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남 무산에 대해 “미국 측에서 정확히 답변해야 될 것 같다”며 “분명한 건 문 (전)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다”고 오히려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문 전 대통령의 ‘자, 이제 그만하실까요’ 하는 말이 새삼 떠오른 것은 이런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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