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장관 “朴 건강악화 매우 중요한 기준”
심상정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 안 구해” 비판
지난 11월 여론조사선 ‘반대’가 오차범위 내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9개월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24일 정부는 2022년 신년을 맞아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을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복권됐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특별사면 권한을 행사하면 끝이었지만 2007년 사면법이 개정되면서,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사면위)를 설치했다. 사면위를 열고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한 뒤, 법무부 장관이 상신하면 대통령 재가를 받아 실시된다.
사면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을 맡는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내부위원 4명과 함께 외부위원 5명이 포함된다. 22일 현재 외부위원에 위촉된 이들은 구본민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이은희 충북대 교수, 정일연 법무법인 베이시스 변호사, 김성돈 성균관대 교수, 최성경 단국대 교수 등이다.
현행법에는 대통령 특별사면권의 대상과 기준, 한계 등에 관한 제한이 규정돼 있지 않다. 사면법은 특별사면의 대상에 대해 “형을 선고받은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특별사면이 실시될 때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박 전 대통령만 포함된 것은 건강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도 사면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병이 악화돼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 측에서 형 집행정지를 요청하지 않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또한 형기의 50% 이상이 집행돼야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박 전 대통령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박 장관은 “국민 화합과 갈등 치유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항은 그 내용이 다르고, 국민적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 화합’을 특별사면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면에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개인의 동정심으로 역사를 뒤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48%였다. 사면해야 한다는 답은 44%였고, 8%는 응답을 유보했다. 해당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