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민법상 물건으로 분류되던 동물의 비물건화를 추진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이 민법 개정안에 담기면서 동물 학대의 처벌, 동물에 의한 상해, 압류 대상 여부 등 동물과 관련된 법령 전반이 ‘생명’에 무게를 두고 개정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19일 밝혔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됐다. 법무부는 민법 제98조2항에 ‘동물의 법적 지위’라는 제목으로 관련 규정을 신설해 동물에 생명을 지닌 독자적인 지위를 마련한다.
동물의 비물건화는 ‘법무부 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가구’(사공일가) TF에서도 논의돼 만장일치로 제안됐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률은 전체 응답자의 27.7%로 전국 638만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높아진 점이 민법 개정안의 주요 요인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동물의 범위, 동물학대의 처벌과 피해보상, 동물이 입힌 상해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법령 개정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동물이 물건이 아닌 생명을 가진 제3자의 지위를 갖게 되면서 각종 판례를 통한 변화도 예상된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이날 민법 일부 개정안 관련 브리핑에서 “법 개정에 따른 여러 효과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일일이 규정하면 창의적인 관점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체계랑 생명으로 보는 법체계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는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민법에서 규정한 동물의 범주에 대해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동물의 범위(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와 별개로 “모든 동물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정 심의관은 다만 “특별히 범주를 규정하지 않았지만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부는 사공일가TF를 통해 △반려동물의 범위 △반려동물의 압류 대상 제외 △다친 동물의 경우 소유주에게 위자료 지급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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