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라 리가 재개 후 9연승, 바르셀로나 제치고 선두 올라서
남은 2경기 중 1승 땐 자력 우승, 초반 악재 딛고 지도력 입증 주목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각광받던 지네딘 지단(48)은 10여년 후 감독으로서도 최고 반열에 올라섰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2015∼2016, 2016∼2017, 2017∼2018시즌 3회 연속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뤄낸 덕분이다. 여기에 2016∼2017시즌에는 라이벌 FC바르셀로나를 누르고 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프로축구 구단 감독으로서의 영광을 모두 가지는 데에 성공했다.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 감독’을 꼽을 때 지단은 언제나 단골로 언급되는 이름이다. 다만, 이런 성과에도 ‘단 한 명의 최고 감독’으로 꼽히지는 못한다. 프로 감독 경력이 세계 최고 선수들이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가 유일하기 때문. 특히, 모든 우승을 리오넬 메시(33·FC바르셀로나)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와 함께 했다. 힘겨웠던 UCL 토너먼트에서의 위기와 바르셀로나와의 치열했던 리그우승 경쟁 등을 극복해내는 데에는 언제나 호날두의 활약이 있었고, 그랬기에 레알 마드리드가 만들어냈던 성과는 지단의 지도력보다 호날두의 활약이 더 부각됐다. ‘과연 호날두 없이 지단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는 감독 지단에게 남아있는 단 하나의 의구심이었다.
지단이 마지막 의구심마저 풀어내기 일보 직전이다. 2019∼2020시즌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 17일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리는 비야레알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3년 만에 정상에 등극한다.
시즌 초반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2018∼2019시즌을 앞두고 호날두가 이탈리아 세리에A로 떠난 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로운 에이스를 찾아내지 못하며 팀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탓이다. 거액을 들여 에당 아자르(28), 루카 요비치(23) 등을 영입했지만 이들의 활약도 신통치 않았다. 카림 벤제마(33), 세르히오 라모스(34), 카세미루(28) 등 기존 선수들의 활약으로 어렵게 승리를 쌓아가 FC바르셀로나에 이은 2위 자리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리그가 재개된 뒤 연전연승을 달리며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나서는 경기마다 승리를 만들며 지난 14일 그라나다전까지 무려 9연승을 달렸다. 결국 6월 중순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섰고, 이제는 제법 차이를 벌렸다. 2경기를 남긴 현재 바르셀로나에 승점 4를 앞서 17일 비야레알전에서 패하더라도 알라베스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호날두가 없는 가운데 영입 선수들까지 연이어 실패하는 등 악재 속에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해 만든 성과로 지단은 이제 자신에게 드리워진 단 하나의 의구심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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