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연일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이 영화를 둘러싼 일명 ‘평점 전쟁’이 성 대결 구도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양상은 ‘걸캅스’를 둘러싼 논란을 연상케 한다.
25일 네이버 영화 사이트 기준으로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네티즌 평점은 5.63점이다. 여성은 9.48점으로 높은 평점을 준 반면, 남성은 1.86점에 불과하다. 다만 관람객 평점은 여성 9.60점, 남성 9.42점으로 비슷하다.
이 영화는 여성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CGV에 따르면 이 영화 관객은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70.0%로 주를 이루고, 성별로는 여성이 81.0%, 남성이 19.0%다. 지난 24일 14만여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는 29만여명을 기록했다.
올봄 ‘걸캅스’도 이와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점은 5.67점으로, 남녀 각각 2.00점, 9.30점을 기록했다. 다만 관람객 평점은 여성 9.31점, 남성 8.04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쫓는 여경들의 활약을 다룬 ‘걸캅스’는 여성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영혼 보내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영혼 보내기’는 영화를 이미 봤거나 사정상 볼 수 없는 관객들이 영화표를 예매해 영화에 지지를 보내는 행위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도 영혼 보내기 조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젠더’란 분석이 나온다. 영화감독 출신인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지난 23일 열린 ‘글로벌 한국영화 100년’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 “지난 100년간 일어난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지난 20년간 일어났고, 그 변화가 어디로 끌고 갈진 모른다”면서 디지털과 스트리밍, 젠더를 변화의 세 가지 키워드로 들었다. 김 교수는 “영화학교 졸업생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인데, 상업영화 여성 감독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고 주로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하는데, 한국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그 시대 최전선에 서 있는 이슈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김도영 감독도 여성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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