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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가수매니지먼트실 실장

입력 : 2013-09-17 19:30:44 수정 : 2013-10-02 09: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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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기획·추진력 갖춘 팔방미인 돼야
아이돌 팀워크 위해 봉사활동 함께 해요”
“매니저는 팔방미인이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치자면 ‘능력자’ ‘종결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탁영준(36) SM엔터테인먼트 가수매니지먼트실 실장은 매니저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에 비유한다. 관련 분야 전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해 숙지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력 있게 응용하며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담당 매니저라면 음반의 레퍼토리와 가수를 선정하는 제작부의 일부터 라이선스 계약과 투어공연 등을 담당하는 해외 프로모션 업무, 비주얼 아트디렉팅, 아티스트 개발 등 모든 부서의 역량을 집약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습생 시절을 마친 신인 가수팀의 데뷔 시점이 결정되면 음반에 실릴 노래들 가운데 타이틀곡과 베스트곡을 선정해야 하고, 이를 꾸며줄 비주얼과 무대 퍼포먼스, 프로모션에 대한 회의를 진행합니다. 타이밍이 중요하죠. 시간 내에 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문화산업에서 타이밍은 특히 중요시되는 부분인 만큼,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적기에 실행해야죠.”

그의 말처럼 매니저들은 전체를 봐야하고 할 일도 많다. 하지만 매니저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아직도 과거의 편견과 고정관념 속에 머물러 있다. ‘딴따라 매니저…’ ‘네가 얘 매니저야? 왜 네가 나서고 그래?’ ‘가방모찌 주제에 매니저라고 폼잡기는…’ 등 주변의 곱지 않은 말투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매니저는 기획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채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일한다. 특히 K-팝의 글로벌화에 기여하는 대중음악 매니저들은 한류의 숨은 주역들로 칭송받는다.

탁 실장은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꼽았다.

“아티스트와의 인간적인 신뢰,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가 생명입니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서 비로소 추진력이 생기죠. 생각하는 바를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은 깊은 믿음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좋은 기획도 신뢰할 수 없어 실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소용 없는 일이 되고마니까요.”

아티스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 또한 매니저의 주업이다. 훈련생 시절은 고달픈데다, 동기나 후배가 먼저 데뷔하면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므로 팀워크를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슈퍼주니어 이야기를 하자면, 함께 연습하던 ‘동방신기’가 먼저 데뷔하고 곧바로 떴을 때 멤버들의 부담이 컸어요. 12명 다수로 이루어진 팀이었던 만큼 무엇보다 ‘합심’이 가장 필요했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당시엔 방송 관계자마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다소 비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으니까요. 동방신기의 강점과 슈퍼주니어가 가진 장점은 그 성격이 다른 것인데도… 슈퍼주니어는 ‘유닛’ 개념을 처음 도입한 팀입니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일이죠. 보컬과 안무, 랩 등을 할 때 각각의 주특기를 자랑하거나 둘셋 또는 여럿으로 나뉘어 변화하며 다양한 유닛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어요. ‘따로 또 같이’를 구현한 셈이죠. 결국, 위기를 잘 극복해 낸 지금의 슈퍼주니어에게는 ‘한류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신뢰’를 주요 덕목으로 꼽는 탁영준 실장은 아티스트의 팀워크를 기르는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아이돌 가수들의 팀워크를 위해서 그는 ‘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등의 봉사를 통해 ‘상생’을 배우게끔 합니다. 물론 매니저들도 함께 따라나서서 솔선수범하는 거죠. 나이 어린 아티스트들이므로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선도합니다. 신뢰를 쌓는데는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해요. 또 매니저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담당 아티스트들과 운동도 같이하고, 설령 자신이 잘 따라하지 못하더라도 종종 오락게임도 함께 즐깁니다. 일상 속 작은 것들이 모여 나중에 튼튼한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니까요. 소녀시대의 경우 볼링을 통해 ‘합심’을 키웁니다.”

일을 하다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매니저가 가장 경계하며 신경 써야하는 것은 사고 예방이다. 떠올리기 괴로운 기억이지만 슈퍼주니어 규현의 교통사고 건을 들려준다.

“오전 1시쯤엔가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갔어요. 네명의 멤버가 방송을 끝내고 돌아오다가 서울 올림픽대교에서 사고로 다쳤는데, 그 때 규현이는 상태가 심각했거든요. 일을 떠나서 인간적 관계가 먼저인데도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어요. 제가 현장에서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전해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균형감을 잃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규현이의 상태를 고려해가며 언론 브리핑을 하고, 놀란 부모님도 진정시키고 다른 멤버들도 안심시켜야 했으니까. 그것이 멤버들을 지키는 방법이었고, 어느 상황에서도 중심에 서서 정리해야하는 매니저의 입장이었으니까요.”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97학번인 그는 군 전역 후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 입사했다. 전공과는 무관했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자꾸 눈길이 가는 분야”였다고 털어놓는다. ‘일반 회사원으로 살거냐’, ‘한 번 가보고 싶은 길을 갈 거냐’를 놓고 고심하다가 ‘더 열정적으로 일하며 아깝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만한 분야인 것 같아서’라는 명분을 스스로에게 밝히고 이 길을 택했단다. 다행히 그가 입사할 때는 국내 음반산업이 최고 호황기에 올라섰다. ‘HOT’와 ‘젝스키스’가 누리던 전성기를 ‘신화’와 ‘GOD’가 이어받고, 보아가 처음 일본에 진출하던 시기였다. 입사 후 그는 ‘신화’의 매니저로 일을 배우기 시작해, 문희준을 거쳐 지금까지 ‘슈퍼주니어’ 곁을 지켜오고 있다. ‘샤이니’와 ‘F(x)’, ‘EXO’ 데뷔 앨범에도 참여했다. 소녀시대도 ‘소원을 말해 봐’ 이후부터는 그가 관리한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선후배 관계가 원만하다고 알려졌다. 바쁘지만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종종 마련하기 때문이다. 탁 실장은 시간을 낼 수 있는 팀을 알아보고 함께 영화관람을 하거나 가벼운 와인시음회를 갖기도 한다. 겨울엔 가끔씩 용평에 스키 타러 간다. 해외공연 때도 행사가 끝나면 다같이 자리해 친선의 시간을 나눈다.

“카레이싱 경기를 보면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빠르게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정비를 해야 곧장 출발할 수 있듯이, 한 팀이 결정되면 임원진부터 일선 사원까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이것이 SM의 힘이죠.”

탁 실장은 사람들이 매니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한 가지를 일러준다. ‘매니저는 밤낮없이 일하고 쉬는 시간 없이 뛴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365일 일 한다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닙니다. SM 소속 50여명의 가수매니저들은 정기휴가 외에도 1년에 보름씩 반드시 쉽니다. 쉬면서 충전해야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기획은 창조분야이므로 휴식이 꼭 필요해요. 대신 일 하는 동안에는 ‘집중’하는 겁니다.”

그는 ‘내 자신의 삶이 아니라 연예인의 삶을 위해 산다’는 매니저들의 자세를 ‘내 자신과 연예인의 삶을 위해 산다’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매니저는 ‘연예인 곁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꾸고 함께 이루어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글·사진=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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