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향곡선 그리는 경제지표들
31일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5% 줄면서 2월(-2.5%)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6.9% 느는 데 그쳐 2월(9.4%)과 3월(9.0%) 이후 3개월째 한자릿수 증가율에 머물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0.5%로 전월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승용차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26.6% 급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지표도 부진했다. 4월 건설기성은 건축·토목공사의 실적이 줄면서 전년 동월보다 2.7%, 전달보다 6.1%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했고 미래의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0.5%포인트 떨어져 3개월째 감소했다.
제조업의 체감경기도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이달 업황BSI는 94로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느끼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6개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국내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고 답한 기업이 82.2%나 됐다.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는 수익성 악화(50.5%), 수출·내수 등 판매 부진(31.0%), 자금사정 악화(26.7%) 등이었다. 하반기 경기 전망도 55.3%의 기업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큰 대내외 불확실성
대내외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물가 불안과 가계대출 확대, 부동산 PF대출 부실 등 대내 요인과 국제 원자재가 상승, 유럽 재정위기 확대, 미국 출구전략 시행 등 대외 요인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수출 물량도 줄고 있고 내수 회복도 지연돼 하반기 원자재가 등이 안정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계부채로 소비가 줄고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하반기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유가·원자재가 상승, 미국 양적 완화 종료, 남유럽 재정위기 재발 우려 등으로 하반기 기업 경영 여건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물가·원자재가 안정, 외환·금융시장 안정, 자금 사정개선 등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 불안요인이 있는 가운데 교역조건 악화, 건설업 부진으로 체감경기 회복이 더디다”며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혁·이귀전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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