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에 미친 초기 충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낸스가 사고 직후 출금을 중단하고 고객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힌 데다 탈취 자산 일부를 동결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하는 것을 억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커가 탈취한 비트코인 물량이 아직 시장에 매도되지 않은 만큼 잠재적인 매도 압력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안 체계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고객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재무적 대응 능력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바이낸스에서 약 63억달러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달러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다. 바이낸스는 사고 직후 거래소 출금을 중단하고 고객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과 협력해 약 30억달러 규모의 탈취 자산을 동결했다. 바이낸스는 이용자 보호기금(SAFU)을 비롯한 자체 준비금을 활용해 피해 자산의 약 95%를 보충하고 주요 가상자산의 출금도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11월1일 기준 피해 보전과 거래소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킹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장중 7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하며 6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해킹 사고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해킹 당시 미국 기술주 약세 등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바이낸스 해킹만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거시경제 환경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과거 거래소 해킹 사례에서도 피해 규모와 비트코인 가격 하락 폭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2016년 비트파이넥스 해킹 당시 피해액은 약 7200만달러로 이번 바이낸스 사고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20% 넘게 급락했다”며 “반면 2025년 바이비트 해킹은 약 15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초기 가격 하락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키움증권은 “해킹 피해액의 절대 규모만으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 바이낸스 해킹에 따른 초기 가격 충격 역시 피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바이낸스의 신속한 손실 보전 조치와 탈취 자산 동결도 시장 불안의 추가 확산을 억제한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해커가 탈취한 약 1만8270BTC가 아직 시장에 매도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잠재적인 매도 압력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잠재적인 매도 압력은 여전히 경계할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해당 물량의 이동과 거래소 유입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비트코인 가격 방향은 해킹 사고 자체보다 거시경제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해킹 사고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안 능력 및 사고 발생 이후 대응 능력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건은 거래소의 보안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손실 보전 및 위기 대응 능력의 중요성을 재차 부각시켰다”며 “과거 마운트곡스는 대규모 자산 유출 이후 파산했고, 비트파이넥스는 해킹 손실을 고객과 분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2025년 바이비트와 이번 바이낸스 사례에서는 거래소가 자체 유동성과 준비금을 활용해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키움증권은 “거래소의 보안 수준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과 고객 자산 보호 체계가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며 “거래소의 보안 및 내부통제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손실 보전 능력에 대한 규제 및 감독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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