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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선 세종 대표변호사 “산업스파이법 제정해 낮은 처벌·관행 타파해야”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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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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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인터뷰

“범죄수익 몰수·추징 및 해외기업 배후 범죄 처벌
국가기술경쟁력 유지 위해 산업스파이법 필요
법 제정되면 조직적·계획적 기술탈취 확실히 줄 것”

“금동불상 같은 문화재와 달리 기술, 정보,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의 재산권을 되찾아온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어요. 기술은 일단 도둑맞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박교선(사법연수원 20기)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기업의 핵심기술은 한 번 도둑맞으면 되찾아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안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산업스파이법) 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산업스파이법이 제정되면 “잠제 범죄가 억제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범죄수익 몰수·추징 못지않게 피해자 측에 범죄수익을 환부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훔친 기술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도 달리 정해야 한다는 주장엔 “재판부가 양형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산업통상부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두어 기술유출 사건 수사를 맡기자는 일부 주장엔 “산업부는 산업의 육성·관리라는 본연의 기능이 있다”며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법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법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 법 제정이 꼭 필요한가.

 

“필요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법안 주요 내용인 기술유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해외에서 이뤄진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외국정부나 기업이 배후에 있는 조직적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은 국가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이나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 적용 과정에서도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필요성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법망 미비로 인한 문제는.

 

“기술을 탈취당한 국내기업 입장에선 탈취범이 훔친 기술로 제작한 설비와 그 설비의 수출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이 몰수·추징 등의 형태로 전부 환수되는 것이 형사처벌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형사법체계에선 침해행위와 수익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설비에 피해기업의 영업비밀뿐 아니라 침해자 고유의 기술도 혼재하는 등의 문제로 침해품이나 그로 인한 수익을 몰수·추징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이 점에 대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피해당사자들이 형사처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피해자진술 등으로 제한돼 있어 범죄조사 및 처벌이 미약할 수 있다. 영업비밀의 실제 가치에 비해 인정되는 손해액도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인식 재고도 필요하지만 손해액 추정과 관련한 입법적 해결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유출 피해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역시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외국정부나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아 조직적·계획적으로 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증가하면서 그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고소를 통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이어지게 하려면 우선 수사기관에 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유출 정황이 명확하더라도 확실한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강제수사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최근의 기술유출 수법은.

 

“과거에는 국내 대기업의 현직 직원을 포섭해 중요 기술정보를 빼돌리게 하거나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 기술을 유출하는 전통적인 수법이 많았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과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는 국내 대학원 연구실에 침투하거나, 상대적으로 비밀 관리가 소홀한 2·3차 협력업체를 공략해 영업비밀에 접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해킹 등을 통해 국내 주요기업의 영업비밀 관리 서버에 직접 침투하는 방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기업을 구제할 현실적 방법은.

 

“그나마 대기업은 기술탈취의 증거를 확보해 형사고소나 민사 가처분·본안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고, 이를 통해 탈취범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거나 손해를 배상받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인력과 보안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기술탈취 정황을 확인하더라도 최소한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술탈취범 처벌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유출된 기술의 기술적·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아는 피해회사가 정작 수사나 형사공판 절차에 직접 관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수사관이나 판사는 해당 기술의 전문가가 아닌 반면, 자본력을 갖춘 탈취범은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과 법리에 밝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피고인 측의 방어논리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리는 경우가 있다. 피해회사가 형사공판에서 직접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등의 절차가 도입된다면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여지가 있을 것이다.”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힌 개정 간첩법(형법 98조)으로는 부족한가.

 

“개정 형법 98조의 ‘외국’에는 외국 국적의 사기업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국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대신 그 정부의 간접적 지원을 받는 다른 조직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 형법 98조만으로는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산기법·부경법 등으로도 역부족인가.

 

“앞서 언급한 기술유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해외에서 이뤄진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외국정부나 기업이 배후에 있는 조직적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은 기존 법률에 포함돼 있지 않다. 더구나 기존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기술·정보 역시 국익이나 안보수호를 주안점으로 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경쟁이나 제한적인 사유재산을 기초로 해 법률이 작동·운영된다. 따라서 경제안보를 지키고자 하는 산업스파이법이 제정·발표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존의 산기법·부경법을 개정하면 ​되지 않나.

 

“물론 기존 법률의 개정으로도 가능할 수 있지만, 어느 점을 더 주안으로 법이 운용되는 것인지를 고려하면 새로운 법을 제정·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 법률을 모두 개정한다고 해도 서로 목적하는 바가 다른 법을 통합·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구멍이나 혼선, 해석상의 혼란 등이 초래될 수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기존의 낮은 처벌 수준과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산업스파이법 제정의 기대효과는.

 

“법 제정 자체만으로도 처벌의 강화 의지가 천명되고 법의 범죄예방,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위하적 효과(처벌을 의식해 범죄가 억제되는 것)가 발휘돼 조직적·계획적인 기술탈취 시도가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유희태 기자

―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입장과는 별도로 잠재적 피해회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필요사항을 충분히 경청하고 이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기술유출 사건에서 피해회사들은 증거확보의 어려움, 범죄수익환수의 한계, 수사·공판 절차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문제 등을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돼야만 제정되는 법률이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제안된 내용을 보면 다른 법률과의 충돌이나 우선적 효력 등을 고려하고 있고, 외국인의 국외범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타 법령의 선례, 외국과의 상호주의 충족 여부 등 세심히 입법조사를 해 정비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또한 ‘국가핵심산업정보’를 정의하는 조항에서 다소 추상적인 언급도 있어 구성요건의 명확성 원칙을 고려해 세밀하게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법을 통해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강하게 집행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범죄자의 재력에 따라 기술이나 정보의 보유자가 입은 피해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죄수익의 몰수 후 피해자 환부 등의 절차도 고려해보면 좋겠다.”

 

―훔친 기술 종류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기술이나 정보의 내용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는 것은 법정형을 정하는 단계보다는 실제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양형기준으로 세워 선고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산업통상부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도입해 기술유출 사건 수사를 맡기자는 일부 주장도 있다.

 

“산업부가 산업스파이 수사를 위한 특사경을 두고 관리할 수 있는 곳인지, 경제안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인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산업부는 산업의 육성·관리 등 본연의 기능이 있다. 그 본연의 기능과 기술유출 사건 수사가 조화를 이룰까. 수사는 수사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통해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해 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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