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로 계약 후 추가요금 요구
“상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지적
“35평(115.7㎡)대 37만원이라길래 냉큼 예약했죠. 그런데 당일 추가금으로만 35만원이 더 나갔어요.”
약 두 달 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며 입주청소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박모(39)씨는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며칠간 여러 생활서비스 중개 플랫폼을 비교한 끝에 평점이 높으면서도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30%가량 저렴한 곳을 골랐다.
하지만 청소 당일 업체 측은 장판 얼룩과 주방의 기름때, 창틀의 찌든 때 등이 일반적인 수준보다 심하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청소비는 견적서보다 두 배가량 불어났다.
갑작스러운 추가금 요구에 박씨는 항의했지만 업체 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씨는 “다른 업체를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몇 시간 뒤면 이삿짐이 도착하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입주청소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도 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현장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입주청소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2년 91건에서 2023년 117건, 2024년 195건, 지난해 25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339건이 접수됐다. 2022년 한 해 접수 건수의 3.7배에 달하는 규모다.
분쟁이 증가하는 배경 중 하나로 생활서비스 중개 플랫폼의 확산이 꼽힌다. ‘숨고’, ‘미소’ 등 플랫폼의 등장으로 청소업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소비자 역시 여러 업체의 견적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저가 경쟁이 심해졌다.
대표적인 방식이 저렴한 견적을 제시해 계약을 따낸 뒤 현장에서 추가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드립 프라이싱’(순차공개 가격책정)이다. 곰팡이와 기름때 제거, 창틀·베란다 청소, 공사 분진 제거 등 추가금을 요구하는 명목도 다양하다. 업체마다 기본 청소에 포함되는 작업 범위가 제각각인 점도 분쟁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부 청소업체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 업체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청소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작업에 필요한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계약 당시 안내하지 않았던 추가 인건비나 수고비, 심지어 작업자들의 식사비까지 요구하면서 소비자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반면 업체들은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견적 당시 전달받은 주택 상태와 실제 현장이 크게 다른 경우 추가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인테리어 공사 폐기물과 분진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안내받은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존 세입자가 퇴거한 뒤 새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까지 청소를 마치는 이른바 ‘사이청소’에서는 작업 시간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존 세입자의 이사가 늦어져 작업 시작이 지연됐는데도 새 세입자는 약속한 만큼 청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용을 깎으려 한다는 것이다.
3년째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모(37)씨는 “보통 30평대 집은 청소 시간으로 4시간 정도를 잡는데, 1시간 만에 끝내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는 ‘입주청소비 안 내는 법’까지 공유된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분쟁 조정 역할과 관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단순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최초 견적 대비 추가요금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업체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소비자와 업체 양측의 불만을 듣고 분쟁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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