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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에 시총 187조 증발한 인텔… 반도체 투자자들도 비상 [반도체 투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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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진욱 기자 halfn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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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역사상 최악의 폭락
AI 기업에 실적 보여달라는 시장
한국 반도체 영향 촉각

글로벌 컴퓨터 기업 인텔 주가가 30일(현지시간) 29% 떨어지며 폭락했다. 1974년 7월 29.9% 하락 이후 약 5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날 하루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14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7조원에 달한다. 회사가 4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 기대보다 낮게 제시하고 매출총이익률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영향이다.

 

최근 공개된 인텔의 3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1% 늘어난 165억달러였고, 데이터센터·AI 사업 매출은 78% 급증했다. 문제는 앞으로였다. 인텔은 4분기 매출을 150억~160억달러로 전망했지만, 시장은 170억달러 안팎을 기대하고 있었다.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25센트로 시장 예상치 43센트에 크게 못 미쳤고, 올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주력인 PC 시장 침체에 이스라엘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겹쳤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낙폭이 컸던 데는 그간의 과열도 한몫했다. 인텔 주가는 사업 회복 기대와 AI 컴퓨팅 수요 증가 전망에 힘입어 실적 발표 전까지 연초 대비 약 150% 올라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주가를 145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췄다.충격은 업종 전체로 번졌다. AMD는 10.9%, 엔비디아는 4.2%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애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AI 기업에 실적 보여 달라는 시장

 

AI 컴퓨팅을 앞세워 질주하던 인텔 주가의 추락은 단순한 한 회사의 부진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실제로, 같은 주 실적을 내놓은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도 일제히 ‘투자 대비 수익’을 증명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 알파벳은 잉여현금흐름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주가가 12.64% 급락했다.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을 2200억달러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더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였다.

 

비상장 AI 기업의 몸값에도 거품 논란이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1조4000억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가 일부 투자자의 반대에 부딪혀 목표를 1조2500억달러로 낮췄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번 라운드에서 300억달러를 조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참여 여부 결정 시한은 인텔 주가가 폭락한 날이었다.

 

시장 분위기는 차갑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자산가 고객들에게 오픈AI 투자를 소개했지만 과거보다 수요가 약했고, 일부 투자자는 투자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라면 일단 산다'던 시장이 이제는 숫자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언제, 얼마의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주가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지난 10월 13일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진열된 컴퓨터 부품 모습. 뉴시스
지난 10월 13일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진열된 컴퓨터 부품 모습. 뉴시스

◆한국 반도체 영향 촉각

 

주말 미국 증시 불안은 한국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7.95%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 넘게 빠진 상황에서, 2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가 추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 충격이 AI 거품론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루의 주가 낙폭만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둔화나 국내 업체의 실적 악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텔 실적에서도 데이터센터 매출이 78% 늘며 AI 서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인텔 부진의 원인이 ’메모리 가격 급등‘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메모리 공급자인 한국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위험 요인을 간과하기는 힘들다. 우선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스마트폰 수요를 꺾는 '수요 파괴'가 본격화하면 범용 D램과 낸드 출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빅테크가 투자자 압박에 못 이겨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할 경우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주문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오픈AI의 몸값 하향은 AI 인프라 투자의 자금줄이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신호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의 핵심 수요처인 AI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메모리 수요 전망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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