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급호텔들이 객실뿐 아니라 레스토랑 경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한식·중식·일식·프렌치 레스토랑 4곳을 나란히 세계 1000대 레스토랑에 올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손종원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 두 곳에서 미쉐린 스타를 유지했고,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등도 국제 미식 가이드에서 성과를 냈다.
호텔 레스토랑이 숙박객을 위한 부대시설을 넘어 외부 고객을 끌어들이는 독립적인 외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마다 유명 셰프를 내세우거나 한식·중식·일식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며 미식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지난 10월 12일 열린 라 리스트(LA LISTE) 2027 한국 시상식에서 한식당 라연,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 일식당 아리아께, 중식당 팔선 등 4곳이 모두 글로벌 1000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4곳이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은 5년 연속이다.
라 리스트는 프랑스에서 출범한 글로벌 미식 평가 기관으로, 세계 각국의 미식 가이드와 언론 평가 등을 종합해 레스토랑 순위를 발표한다.
서울신라호텔은 이번 선정에서 여러 분야의 레스토랑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특히 한식당 라연은 2017년 국내 최초로 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9년부터 세계 200대 레스토랑에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콘티넨탈과 아리아께는 2019년부터, 팔선은 2023년부터 글로벌 1000대 레스토랑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연은 올해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도 2스타를 유지했다. 전통 한식 조리법을 바탕으로 신선로와 구절판 등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이력도 있다.
서울신라호텔 관계자는 이번 선정에 대해 호텔이 추구해 온 미식 경험과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라며 미식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도 중식 레스토랑 유유안을 앞세워 미식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유안은 서울신라호텔 레스토랑 4곳과 함께 라 리스트 2027 글로벌 1000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유유안은 홍콩 출신 토 콱 웨이 셰프가 이끄는 광둥식 레스토랑이다. 2023년부터 주방을 총괄해 온 토 셰프는 엄선한 식재료와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 소스를 활용해 정통 광둥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미쉐린 평가에서도 성과를 냈다. 유유안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받았으며, 지난해 다시 별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도 1스타를 유지했다.
호텔 자체의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지난 9월 발표된 미쉐린 키 호텔 평가에서 기존 1키에서 2키로 승격됐다. 객실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에 더해 레스토랑까지 국제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호텔과 미식 분야에서 모두 성과를 거뒀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셰프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손종원 셰프다.
손 셰프가 총괄하는 조선 팰리스의 한식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과 레스케이프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는 올해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나란히 1스타를 유지했다.
이타닉 가든은 한국의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레스토랑이다. 2023년 처음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별을 지켰다.
라망 시크레는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계절별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메뉴를 제공한다. 2021년 처음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뒤 6년 연속 선정됐다.
한 명의 셰프가 서로 다른 호텔에서 한식과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각각 미쉐린 스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개별 레스토랑의 메뉴와 공간에 차별성을 두면서도 셰프의 전문성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아난티 앳 강남도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처음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배출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스시 카네사카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첫 1스타를 획득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일본의 스시 전문 브랜드 카네사카 그룹과 협력해 2024년 11월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일본 전통 에도마에 스시를 바탕으로 초밥용 밥인 샤리와 제철 생선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난티 앳 강남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꼴라쥬 역시 올해 처음 미쉐린 1스타에 선정됐다. 서로 다른 재료와 조리법을 결합하는 요리를 내세워 국제 미식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에서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은 모두 46곳이다. 이 가운데 호텔 레스토랑은 서울신라호텔 라연을 비롯해 유유안, 이타닉 가든, 라망 시크레, 스시 카네사카, 꼴라쥬 등 6곳으로 집계됐다.
호텔업계의 미식 경쟁은 레스토랑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서울신라호텔은 한식·중식·일식·프렌치 등 여러 분야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각 업장의 국제 평가 실적을 쌓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광둥식 요리의 전문성을 강화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손종원 셰프를 중심으로 두 호텔의 파인 다이닝 경쟁력을 높였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일본 유명 스시 브랜드와의 협업을 택했다. 아난티 앳 강남도 자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통해 미쉐린 스타를 확보했다.
호텔 레스토랑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미식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특정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 미식 가이드 선정이 곧바로 호텔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실적 확인이 필요하다. 업계의 다음 경쟁은 국제 평가에서 얻은 인지도를 실제 방문객과 재방문 수요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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