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국화 향을 더하고, 위스키에는 제철 무화과를 넣었다. 바나나우유와 보리차처럼 익숙한 음료도 특급호텔의 칵테일 재료로 등장했다. 해외 유명 주류를 앞세우던 호텔 바들이 한국의 전통주와 식재료, 지역 문화를 활용한 메뉴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라운지 바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에서 한국 전통주와 가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시즌 한정 칵테일 2종을 선보였다. 요리 경연 방송에서 주목받은 전통주 장인과 협업해 한국적인 맛을 현대적인 칵테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신라호텔이 지난 9월 출시한 메뉴는 ‘국화 시트러스 블룸’과 ‘피그 벨벳 베일’이다. 전통주에 익숙한 국내 고객뿐 아니라 한국의 음식과 술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겨냥했다.
‘국화 시트러스 블룸’은 전통주 양조장 대표인 ‘술빚는 윤주모’가 직접 만든 국화 향 막걸리를 사용했다. 술빚는 윤주모는 요리 경연 방송에서 상위 5인에 오른 인물로, 전통주의 맛과 이야기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칵테일은 예부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마셨던 국화주에서 착안했다. 국화 향이 나는 막걸리에 감귤류 재료를 더해 산뜻한 맛을 살렸다. 막걸리 특유의 풍미에 국화 향과 상큼한 산미를 결합한 것이다.
함께 출시한 ‘피그 벨벳 베일’은 무화과가 주인공이다. 버번 위스키를 바탕으로 무화과의 단맛을 더하고, 마스카포네 치즈 거품을 올려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다. 가을철 과일을 디저트처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두 제품은 지난 9월 1일부터 판매된 가을 시즌 한정 메뉴다. 지역 식재료나 전통주를 활용해 생산자와 원산지의 이야기를 메뉴에 담는 ‘로컬리즘 칵테일’ 흐름을 반영했다.
서울신라호텔은 한국 전통주를 호텔 바의 대표적인 메뉴 소재로 활용하면서 고급 주류 중심의 기존 칵테일과 차별화를 꾀했다. 전통주 장인과 직접 협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메뉴의 재료뿐 아니라 술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래드 서울도 서울의 지역 문화와 풍경을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 컬렉션을 선보인다.
호텔 최상층인 37층에 자리한 프리미엄 바 ‘37BAR’가 내놓는 신규 컬렉션은 총 6종이다. 한강과 성수동, 명동, 잠실, 광장시장 등 서울의 대표적인 장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콘셉트는 ‘위 큐레이트 유어 서울(We Curate Your Seoul)’이다. 호텔 바가 위치한 37층과 서울이 자리한 북위 약 37도를 연결해 기획했다.
대표 메뉴인 ‘호롱 티(Ho-Long Tea)’는 한국의 전통 등불인 호롱불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소연 헤드 바텐더가 2025년 캄파리 칵테일 컴피티션 코리아에서 우승한 작품으로, 한국의 화채와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를 결합했다.
바나나를 우려낸 데킬라와 캄파리에 유자와 배를 더했다. 쌉싸름한 맛과 과일의 산뜻함이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성수의 아침’은 프랑스 출신 바텐더가 처음 마주한 성수동의 모습을 표현했다. 커피 원두를 우려낸 라이 위스키에 바나나와 카카오닙스를 더했다. 공장과 작업장이 밀집했던 지역에서 카페와 문화 공간이 모인 지역으로 변화한 성수동을 소재로 삼았다.
‘애프터 마켓’은 광장시장의 늦은 밤 분위기를 담았다. 호지차와 보리를 우려낸 위스키에 한국 배와 참깨를 더했다. 우유를 활용해 음료를 정제하는 ‘밀크 워싱’ 기법으로 맑고 부드러운 질감을 구현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한국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칵테일로 재해석한 사례다.
호텔 바 ‘찰스 H.’는 2025년 세계 여러 도시의 문화를 주제로 한 칵테일 컬렉션을 공개했다. 서울을 표현한 ‘스필드 밀크(Spilled Milk)’에는 한국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우유와 아이스커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담았다.
한국 소주에 검은깨, 콜드브루 커피, 바나나 크림 등을 더해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맛으로 구성했다.
같은 호텔의 한국식 컨템퍼러리 바 ‘오울(OUL)’은 한식 재료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여 왔다.
대표적인 메뉴가 ‘술밥’이다. 된장과 누룽지 시럽, 버터 등을 활용해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한국의 식문화를 표현했다.
‘쌀 75’는 스파클링 막걸리와 귤 껍질을 우려낸 진을 결합한 메뉴다. 동치미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활용한 ‘김치 하이볼’, 보리차를 재해석한 ‘구수 하이볼’도 개발했다.
호텔들이 전통주와 지역 식재료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메뉴 차별화가 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칵테일에 사용한 재료와 그 배경을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전통주와 식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고객에게도 익숙한 재료를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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