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조망과 철저한 보안을 자랑해 내로라하는 자산가와 톱스타들이 집결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 배우로 출발해 연예계 생활만 24년 차에 접어든 배우 김유정 역시 과거 이곳에 자리를 잡고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그가 한남동을 떠나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에 보증금을 걸고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졌다. 수십억원대 자산을 축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톱배우가 자가 매매나 고가의 전세가 아닌 월세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주거 형태 변화를 두고 온갖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실제 흐름과 자산가들의 현금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김유정의 이번 선택은 주거 비용 지출이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현명하고 주체적인 자산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김유정이 새로 둥지를 튼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는 2018년에 준공된 8년 차 단지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데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다수의 연예인과 젊은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주거지로 평가받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확산하는 월세 선호 현상에 주목한다. 주택을 직접 매입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묶어두는 대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거액의 자금을 부동산 단일 자산에 몰아 넣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매매 시 발생하는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막대한 세금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수십억원의 매매 대금이나 전세 보증금을 유동성 자산으로 돌려 금융 시장이나 안전 자산에서 운용할 경우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매달 발생하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편이 구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유정이 선택한 성동구 금호동이 단순한 이주지를 넘어 개인적인 유대감이 깊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금호동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금호초등학교를 다녔던 그에게 이 지역은 유년의 기억이 집약된 원형적 공간이다. 남들이 선망하는 부촌이라는 이름값 대신 자신의 뿌리가 닿아 있는 익숙한 터전으로 돌아와 실속을 챙긴 셈이다.
이러한 실속 지향의 선택은 그의 연기 인생과도 궤를 같이한다. 2003년 어린 나이에 과자 광고 모델로 데뷔한 김유정은 흔히 말하는 ‘아역 배우 성장의 가장 좋은 예’로 꼽힌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히트작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아역을 전담해 온 그는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아역이 단순한 조연을 넘어 극 전체의 흥행과 서사를 이끌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후 ‘구르미 그린 달빛’, ‘홍천기’, ‘편의점 샛별이’, ‘마이 데몬’ 등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아역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벗어던졌다. 특히 2025년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에서는 서늘한 악역 연기까지 소화해 내며 독보적인 연기 폭을 과시했다.
촬영장에서 김유정을 지켜본 동료 배우들과 연출진의 증언은 그가 가진 어른스러움을 증명한다. 연출을 맡았던 이병헌 감독은 “현장에 올 때부터 알아서 모든 것을 해내는 베테랑 선배의 포스가 있다”고 평가했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보검, 손호준, 송강 등도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고 성숙한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연예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입지를 일궈온 시간이 주거 형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주거지 이전으로 실속과 자산 유동성을 확보한 김유정은 본업에서도 성실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반부에 접어든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주인공 이가경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1932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이자 조선총독부에 위장 잠입하는 밀정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매회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유엔빌리지라는 체면이나 소유라는 관습 대신, 현금의 유동성과 삶의 효율을 선택한 자산 운용 방식. 그리고 연기라는 본업의 현장에서 한계 없이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 외형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고 내실을 다지는 24년 차 배우의 영민한 행보가 대중의 신뢰와 공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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