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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첫 여성 대통령’ 화두 띄운 메르켈, 정작 본인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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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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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간 전직 총리가 대통령 오른 전례 없어
“여성 후보들 이미 존재”… 이름은 함구해

오는 2027년 1월 새 대통령 선출을 앞둔 독일에서 ‘여성 대통령’ 대망론이 확산하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의 대통령은 의례적·상징적 의미의 국가원수일 뿐 실권은 거의 없으나, 2차대전 패전 후 지금의 민주공화국으로 재탄생한 1949년 이후 약 80년간 여성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곧 71세가 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3월18일 종료한다.

 

3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72) 전 독일 총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독일연방공화국 역사가 77년이나 되었지만, 대통령이 된 여성은 한 번도 없었다”며 소속 정당이자 현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정치인들을 향해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된 것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2005∼2021년 재임).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2005∼2021년 재임). 연합뉴스

혹자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6년간 권좌를 지킨 메르켈 본인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가 아닌가, 반문할 수 있겠다. 다만 독일에서 총리를 지낸 이가 대통령에 오른 전례는 없다. 전후 초대 총리로 명성이 드높았던 콘라트 아데나워(1949∼193년 재임)가 총리를 그만두고 대통령이 되려는 의욕을 드러낸 바 있으나 불발에 그쳤다.

 

과거 나치 집권기에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총리와 대통령을 겸한 상태로 독재를 저지르고 전쟁을 일으킨 ‘흑역사’ 때문인지 한 인물이 두 직위를 모두 지내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이날 메르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여성 정치인들이 이미 있다”면서도 “내 입으로 후보 명단을 밝히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현실 정치를 떠난 정계 원로로서 ‘특정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밀고 나섰다’는 식의 구설에 오를까봐 염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독일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명예직’에 가까운 만큼 연방의회 상·하 양원 그리고 주(州)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뽑힌다. 후보자 결정은 여당 대표인 총리 등 집권 세력 지도부 내부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이뤄진다. CDU를 이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현 총리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임기는 5년이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차기 독일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들. 왼쪽부터 일제 아이그너 바이에른주 의회 의장, 율리아 클뢰크너 연방 하원의장, 카린 프리엔 교육부 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전 국방부 장관. SNS 캡처
차기 독일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들. 왼쪽부터 일제 아이그너 바이에른주 의회 의장, 율리아 클뢰크너 연방 하원의장, 카린 프리엔 교육부 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전 국방부 장관. SNS 캡처

현재 바이에른주 의회 일제 아이그너(62) 의장, 연방의회 율리아 클뢰크너(54) 하원의장, 카린 프리엔(61) 교육부 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64) 전 국방부 장관 등 여성 정치인들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아이그너 의장만 바이에른 지역 정당이자 CDU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CSU) 소속이고 나머지는 모두 CDU 당적을 갖고 있다.

 

아이그너 의장의 경우 CSU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가 오래전부터 차기 대통령으로 밀어 온 인물이다. CSU는 CDU의 가장 중요한 연정 파트너인 만큼 메르츠 총리로서도 CSU에 대한 배려 필요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전 장관은 한때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CDU의 2인자까지 오른 인물이다. 실제로 메르켈 후임으로 독일 총리가 될 뻔했다. 하지만 2021년 9월 총선에서 CDU가 사회민주당(SPD)에 패해 야당으로 전락하며 그해 12월 메르켈 내각의 국방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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