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운 행동 않았단 이유로 진술 배척 안 돼”
후배 변호사를 성추행하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4-2부(재판장 성지용)는 30일 정 변호사의 강제추행치상, 성폭력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아울러 실형 선고에 따른 도망의 우려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정 변호사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이 선고된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한 뒤 강제추행과 성폭력 피해자 신상 공개, 명예훼손 등 주요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강제추행치상 혐의 중 상해 부분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진술 사이에 모순이 없다.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를 살펴봐도 피해자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소청은 동일한 피해자에게 이뤄진 일련의 행위를 하나의 강제추행으로 기소했으므로 전체 행위를 일련의 과정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각각의 행위를 별개로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의 신체 접촉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곧바로 항의하지 않았다’고 한 정 변호사 주장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가 대처하는 양상은 당시 상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개인적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이른바 ‘피해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 재판부는 성폭력 전담재판부로서 수많은 사건을 다뤘지만 피해자가 현장에서 곧바로 가해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 공개 혐의에 대해서도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SNS 게시물에는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근무했는지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었다”며 “대외적으로 공개된 정보라는 주장과 달리 (피해자의) 구체적인 근무 이력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시물에는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는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는 객관적 증거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의 양형 이유를 밝히며 “강제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공개해 2차 피해를 가했다. 항소심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계속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두 사건 모두 정 변호사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게 된 데에는 정 변호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2023년 3월 서울 서초구 소재 음식점에서 후배 변호사 A씨의 신체 부위를 누르고 반복적으로 손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던 2021년 8월 SNS에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고, 피해자의 주장에 물증이 없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유족 측 의사에 따라 2022년 1월 유족 대리인에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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