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미수죄로 약식명령 처벌받았지만
중개사에게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 남용
세입자가 다른 중개보조원에게 임시로 알려준 현관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주택 문을 임의로 열고 들어간 중개보조원의 행위와 관련해, 해당 공인중개사무소 대표에게 내려진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 이주일 판사는 공인중개사 유모씨가 서울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이달 1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유씨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소속 중개보조원은 올 4월 중개의뢰인 2명과 함께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둔 주택을 방문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내부로 들어갔다. 당시 주택 안에는 세입자가 머물고 있었다. 이 비밀번호는 같은 사무소의 또 다른 중개보조원이 당일 방문을 위해 세입자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사무실 내부 매물 정보방에 공유된 상태였다.
해당 세입자의 민원을 접수한 구는 7월 유씨에게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이유로 8월1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한 달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소속 중개보조원이 현장 안내를 목적으로 업무상 알게 된 비밀번호를 거주인 동의 없이 이용해 주택 출입문 잠금장치를 해제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씨는 “세입자가 명확한 인식 하에 비밀번호를 제공했으므로 동의가 있었고, 직원의 행위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에 소홀함이 없었다”며 처분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출입에 대한 세입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유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세입자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사무소 구성원 모두에게 제공해 출입하는 데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명확한 사전 동의 없이 낯선 사람들이 거주지에 들어오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사건을 일으킨 중개보조원은 주거침입미수죄로 7월 약식명령을 받아 그대로 확정됐다.
유씨가 직원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무실 내부에서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거주지에 무단 진입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하는 등 관리·감독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비록 경찰이 유씨의 공인중개사법위반방조 혐의에 대해 관리자로서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불송치로 결정했지만, 행정규제 위반 책임은 이와 별개로 성립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개보조원이 임차인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거나 노크를 하는 등 부재중임을 확인하려는 나름의 조치를 취했고, 유씨 역시 형사사건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는 등 직원들에게 직무 교육을 실시해 온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계속적·반복적인 비위행위가 아닌 일회성 사고에 그쳤고 유씨가 동종 위반 전력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커 처분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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