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늦출수록 기회 줄어”
메가특구법 노동시간 특례 놓고
“기업 인력 운용 유연성 부여” 강조
주요 산업정책이 이해관계 충돌과 정치적 부담으로 표류하면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기업의 투자 기회마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책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추진 의지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7일 통화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비롯한 주요 경제정책의 추진이 지연되는 배경으로 이해관계자들 간 ‘정치 역학구도의 비대칭성’을 꼽았다. 허 교수는 “시장 개방에 따른 소비자들의 혜택은 폭넓게 분산돼 있어 적극적인 찬성으로 이어지기 어렵지만, 피해를 보는 생산자들은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며 “이 과정에서 소수의 반대가 다수의 이익보다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충돌로 정책 추진이 늦어지면 그만큼 경제적 기회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통상정책은 국가 간 시장 개방과 공급망 재편이 맞물려 있어 정책 결정이 늦어질수록 경쟁국에 시장을 선점당하거나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외될 위험이 커진다. 당장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결정을 미루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은 CPTPP의 누적 원산지 제도를 거론하며 “회원국 간 공급망 결합이 촉진되면 우리나라 제품의 구입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창용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도 “가입을 늦출수록 추가적으로 시장을 넓힐 기회가 줄어든다”며 역내 공급망에서 한국산 제품이 다른 회원국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글로벌통상학)는 “CPTPP 논란의 장기적 해법은 피해 보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는 것”이라며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약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특구법의 노동시간 특례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선 법 개정 외에 기업의 인력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시스템반도체공학)는 “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어렵다면 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에 앞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이해관계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뒤 반발에 부딪혀 방향을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기업의 투자와 경제활동에도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 단계에서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정책을 내놨다가 철회하는 방식을 이어간다면 종국에는 정책 신뢰도가 무너지고 당초 취지에 맞는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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