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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달리는 518번 버스도 논란… ‘닥터X’ 방영 중단 청원, 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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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bigsum533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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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피해자 수술 다룬 6회에 정치적 편향성 논란
“원작에 없던 역사적 소재” 방영 중단 청원 등장
헬기 사격 국가 조사로 확인…518번 버스도 실제 운행
전문가 “소재보다 작품 속 표현 방식 살펴야”

1980년 5월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환자를 찾아 의사들이 518번 버스에 오른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의 한 장면이다. 방송 후 5·18민주화운동을 의학 드라마에 등장시킨 것을 두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었고, 국회에는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 등장한 계수정(김지원)과 518번 버스를 함께 표현한 이미지. SBS 방송화면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한 합성 이미지로, 실제 방송 장면과는 차이가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Chat GPT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 등장한 계수정(김지원)과 518번 버스를 함께 표현한 이미지. SBS 방송화면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한 합성 이미지로, 실제 방송 장면과는 차이가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Chat GPT

◆머릿속 총알 한 발…의학 드라마가 정치 논란으로

 

논란의 드라마 내용은 극 중 천재 외과의 계수정(김지원)이 40년 넘게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채 살아온 환자 오상범(하성광)의 수술을 맡으며 시작된다. 

 

오상범은 열두 살이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형을 잃고 자신도 총상을 입은 인물이다. 극 중 단체 ‘목련회’는 그의 머릿속 총알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수술을 추진한다. 

 

여기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온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다. 5·18 피해자와 당시 책임자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한 병원에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일부 시청자는 역사적 비극이 남긴 상처를 환자의 삶에 녹여냈다고 호평했다. 반면 의학 드라마에 5·18 서사를 비중 있게 삽입한 것이 기존 작품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을 클릭하자 ‘일시적 동의 제한’을 알리는 팝업창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을 클릭하자 ‘일시적 동의 제한’을 알리는 팝업창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 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 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원작엔 없던 이야기”…방영 중단 청원까지

 

논란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등록된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에서 청원인은 “극 중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5·18 관련 내용이 나와 많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 원작이 의사의 수술 실력과 병원 내부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한국판에는 정치적 논쟁이 있는 역사적 사건이 추가됐다며 제작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작진의 국회 증인 채택과 방송 심의기관의 검토, 방영 중단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일부 팬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명문을 올리고 제작진의 설명을 요구했다. 역사적 소재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해당 이야기를 추가한 이유와 기존 의료 서사와의 연결성을 밝혀 달라는 취지다.

 

2019년 6월10일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광주지법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 관련 증거로 제출할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등을 공개하는 모습(왼쪽)과 2017년 2월23일 김양래 당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계엄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화기 탄피를 공개하는 모습을 합친 사진. 연합뉴스
2019년 6월10일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광주지법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 관련 증거로 제출할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 등을 공개하는 모습(왼쪽)과 2017년 2월23일 김양래 당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계엄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화기 탄피를 공개하는 모습을 합친 사진. 연합뉴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설정된 환자 오상범의 상처 사진이 공개되는 장면. SBS 방송화면 캡처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설정된 환자 오상범의 상처 사진이 공개되는 장면. SBS 방송화면 캡처

◆헬기 사격은 역사적 사실…518번 버스도 실제 노선

 

논란이 된 장면에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극적 설정이 함께 등장한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국가 조사로 확인된 사실이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2018년 2월 계엄군이 1980년 5월21일과 27일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 등을 이용해 광주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518번 버스도 실제 운행하는 노선이다. 국가보훈부 국립5·18민주묘지 홈페이지의 교통 안내에는 시내버스 518번이 명시돼 있다. 이 노선은 금남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지나 국립5·18민주묘지로 이어진다.

 

여기에 오상범과 머릿속 총알을 둘러싼 수술이라는 극적 설정이 더해졌다.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 역시 실존 인물은 아니다.

 

헬기 사격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이를 어떤 인물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는지는 구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1980년 5월21일 오전 11시 전남도청과 금남로 사이에 떠 있는 계엄군 헬기. 해태 아이스크림 광고탑이 서 있는 곳이 최근 총탄 흔적이 발견된 전일빌딩. 당시 이창성 기자(중앙일간지) 사진. 5·18 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21일 오전 11시 전남도청과 금남로 사이에 떠 있는 계엄군 헬기. 해태 아이스크림 광고탑이 서 있는 곳이 최근 총탄 흔적이 발견된 전일빌딩. 당시 이창성 기자(중앙일간지) 사진. 5·18 기념재단 제공

◆“역사적 소재보다 작품 속 표현 방식 살펴야”

 

역사극과 드라마의 서사를 연구해 온 백소연 가톨릭대 학부대학 교수는 역사적 소재의 등장 자체보다 이를 작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5·18을 소재로 한 연극의 재현 방식을 분석한 연구도 발표한 바 있다.

 

백 교수는 방영 중인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의학드라마에서도 환자가 질병이나 상처를 안게 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은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서 계수정(김지원·왼쪽 앞) 등 등장인물들이 518번 버스에 탑승한 모습. SBS 방송화면 캡처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서 계수정(김지원·왼쪽 앞) 등 등장인물들이 518번 버스에 탑승한 모습. SBS 방송화면 캡처

일본 원작에 없던 내용을 추가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원작에 없던 내용을 추가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일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각색 과정에서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춰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것과 작품의 완성도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짚었다.

 

백 교수는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의 의미를 왜곡했다는 것인지, 인물과 사건의 연결이 작위적이라는 것인지, 해당 에피소드가 전체 전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적 사건이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사건이 인물과 이야기의 흐름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설득력 있게 표현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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