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객 소비도 8월까지 48.5% 늘어
3000만 방한 이루면 질적 성장 동반
경치만 보고 오는 상품으로는 부족
다채로운 한국인의 삶 담아 브랜딩
‘한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몽골 의료 관광객 유치 등 좋은 사례
지방공항 국제선 활성화… 쏠림 해소
협업·효율·성과 바탕으로 조직 혁신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K-라이프’에서 찾았다. 깨끗한 지하철을 타고 길거리 음식을 먹는 한국인의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고 멋진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는 “브랜딩은 다채로운 한국인의 삶을 담은 체험 상품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경치만 보고 오는 상품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올해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28년까지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성장을 이끌기 위해 중국·일본에 집중된 유치 시장을 유럽·북미로 넓히고, 서울에 쏠린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인의 삶을 담은 체험 상품과 의료관광을 육성해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박 사장은 광고·마케팅 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민간 기업인 출신이다. 제일기획을 거쳐 지난해 말 공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관광을 바라볼 때도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먼저 살핀다. 해외지사의 업무 중심을 홍보에서 세일즈로 옮기고, 사업 성과도 데이터로 입증하도록 한 배경이다. “시장을 보던 사람을 데려온 건 변화를 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는 박 사장에게 글로벌 광고·마케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K-관광의 브랜딩 전략’을 들었다.
-외래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28년 3000만명은 매년 16% 이상 성장해야 하는 수치인데, 가능하다고 보나.
“8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래객은 1504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1.6% 늘었다. 중국 481만명, 일본 269만명, 대만 165만명, 미국 107만명 순이다. 지금 추세라면 11월 셋째 주에 2000만명을 넘는다. 지난해보다 한 달 반가량 빠른 속도다. 연말엔 2300만명에 근접하거나 이를 살짝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양만 늘어난 게 아니다. 외래객 소비는 8월까지 14조180억원으로 48.5% 늘었고, 비수도권 소비는 56.3% 증가했다. 취임 직후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정부 목표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목표를 높여 잡았다. 매년 17%씩 성장하면 2028년 3000만명이 가능하다고 봤다. 데이터에 마케팅의 힘을 더하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일본도 의식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268만명이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엔 7000만명에 이른다. 2030년에 3000만명을 달성해도 일본과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진다. 이 흐름을 끊으려면 목표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3000만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볼링에서 맨 앞 핀을 맞히면 뒤의 핀들이 함께 쓰러지듯, 하나만 달성하면 다른 목표까지 따라오는 핵심 목표가 필요하다. 3000만명이 바로 그런 ‘린치핀’이다. 관광객이 늘면 소비와 체류일수 같은 질적 지표도 함께 좋아진다. 인프라도 따라온다. 지자체는 관광객이 실제로 몰려드는 걸 확인해야 교통과 숙박 시설에 투자한다. 그래서 관광공사는 수요가 있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 한다. 마케팅은 결국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관광객이 중국·일본 등 가까운 나라에 몰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은.
“중국·일본처럼 가까운 나라는 홍보비를 들이면 관광객이 금방 늘어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다음 목표는 유럽이다. 세계 최대 관광시장이자 고부가 시장이다. 한국을 찾는 독일 관광객은 평균보다 4.9일 더 머물고 1인당 27.5% 더 쓴다. 지역 방문율도 30.1%포인트 높다. 프랑스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운데 한국을 찾은 여행객은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7% 늘었다. 아시아 여행지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유럽인에게 한국 여행 비용이 저렴해졌다. 이 덕분에 한국을 찾는 유럽 관광객이 늘고 있다. 실제 상반기 유럽 방한객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에도 약 20% 늘었다. 권역 기준으로 최고 수준의 성장률이다.”
-유럽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독일에선 3월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관광박람회 ‘ITB 베를린’에 참가한 데 이어 9월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잇달아 트래블마트를 열었다. 이를 통해 스위스, 오스트리아 여행업계까지 공략했다. 한국을 찾는 유럽 관광객이 늘자 항공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3월 영국 2위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이 런던~인천, 스칸디나비아항공이 코펜하겐~인천 노선을 열었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은 주 4회로 시작해 지금은 주 6회 운항한다. 이 흐름을 살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유럽 각지에 진출한 유럽 최대 여행사 투이(TUI)를 만날 계획이다. 또 세계 4대 크루즈 선사 가운데 아직 만나지 못한 NCL도 찾아갈 생각이다.”
-마케팅 전문가 시각에서 본 ‘K-관광의 브랜딩 전략’은 무엇이 달라야 하나.
“한국은 알프스나 히말라야 같은 압도적 자연도, 중국이나 유럽만 한 역사 자원도 없다. 그런데도 외국인이 몰려드는 건 한국인의 삶 자체가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깨끗한 지하철을 타고 길거리 음식을 먹는 일상이 그들에겐 신기하고 멋진 경험이다. 나는 이를 ‘K-라이프’라고 부른다. 공사 슬로건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K팝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브랜딩은 다채로운 한국인의 삶을 담은 체험 상품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치만 보고 오는 상품으로는 부족하다. 제주의 청년 기업이 만든 ‘해녀의 부엌’이 좋은 예로, 해녀들이 손수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해녀들의 삶을 담은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콘텐츠다. 공사는 관광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관광 글로벌 챌린지’ 사업을 통해 해녀의 부엌이 싱가포르에 지점을 열도록 지원했다. 현지에서 해녀 문화를 먼저 경험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싸구려 이미지부터 벗어야 한다. 동남아에 가보니 한국 상품이 일본 상품보다 20~50% 쌌다. 덤핑 상품으로는 브랜드를 지킬 수 없다. 저가 상품을 걸러내는 노력도 병행하겠다. 마케팅의 핵심은 ‘한국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올해 일본 초난강부터 미국 블리피까지 인플루언서 50명 이상과 협업해 각자의 시각으로 한국을 풀어내게 한 이유다. 지역도 자기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출렁다리처럼 유행을 좇기보다 ‘우리 고장은 어떤 키워드로 기억될지’ 고민해야 한다. 부산하면 해양도시, 서울 하면 역동적인 현대적 삶이 떠오르듯 말이다. 공사는 언제든 함께하겠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관광 전략은.
“지난해 외래객의 의료·뷰티 지출액은 2조5662억원으로 2023년 9289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성장은 개별자유여행객이 이끌었다. 그래서 타깃 국가별 유력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별자유여행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관광객은 시술만 받고 떠나지 않는다. 먹고 자고 관광도 한다. 얼굴에 시술 패치를 붙이고 경복궁을 거니는 외국인을 종종 본다. 중동 환자는 가족과 함께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체류비까지 합하면 소비 규모가 훨씬 커진다. 의료관광을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관은 관광공사뿐이다. 유망 시장은 중동, 중앙아시아, 몽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다.”
-유망 시장 가운데 몽골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
“몽골은 광산업이 GDP(국내총생산)의 60%를 넘고 광산 노동자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2~3배다. 광산업 종사자만 잡아도 몽골 의료관광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잡을 수 있다. 이들은 재정 능력이 입증돼 비자 발급이 쉽고, 한국 복수비자를 가진 비율도 높다. 고가 프리미엄 건강검진과 가족 동반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최적의 대상이다. 지난해 몽골 의료관광객은 38.3% 늘었다. 7월 로드쇼를 연 우즈베키스탄(43.5%), 키르기스스탄(18.6%)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다음은 카자흐스탄이다. 내년 이른 시기에 몽골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겠다.”
-서울 쏠림 해소가 시급하다. 지방 관광 활성화는 어디까지 왔나.
“4월 ‘지방공항 국제관광 허브화 TF’를 출범시키고 청주·대구공항을 시범 모델로 키우고 있다. 대구로 들어오면 경주와 안동, 청주로 들어오면 단양과 백제문화권, 전주까지 1~2시간이면 닿는다. 로컬 특화 콘텐츠 333개와 초광역·권역 관광코스 35개를 개발해 해외지사가 바로 상품화하도록 했다. 나도 여러 항공사를 직접 만났다. 그 결과 8월까지 지방공항 입국 외래객은 285만명으로 38% 늘었다. 특히 청주공항은 9만8000여명으로 68% 이상 증가했다.”
-바다로 들어오는 관광객 유치는 어떻게 하고 있나.
“크루즈와 페리 같은 바닷길도 넓히고 있다. 세계 4대 크루즈 선사 중 3곳 대표를 직접 만나 한국 기항지를 다양하게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8월까지 크루즈 입항은 392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8회보다 늘었다. 중국 산둥성 5대 페리 선사와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산둥성에서 12시간 걸리는 뱃길을 즐길 수 있도록 선내 K팝 커버댄스 공연을 열고, 바이크·반려견 동반 상품도 만들었다.”
-30년 넘게 민간에 있었다. 공공기관 조직 혁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시장을 보던 사람을 데려온 건 변화를 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바꿨다.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앤 협업, 생산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효율, 데이터로 입증하는 성과다. 해외지사도 홍보에서 세일즈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조지아를 검토하던 미국 건강기능식품 기업 허벌라이프의 포상 단체여행을 직원들이 매달려 한국으로 돌린 게 대표적이다. 관광은 산업이다. 산업이라면 철저하게 마케팅의 눈으로 봐야 한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968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중앙대 언론학 석사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제일기획 글로벌본부장(상무) ●제일기획 유럽총괄장·북미총괄장(전무) ●제일기획 글로벌부문장(부사장) ●한국관광공사 사장(2025년 12월31일∼)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YS의 두 ‘아픈 손가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6/128/20261026519252.jpg
)
![[김기동칼럼] ‘방어용 핵무기’는 없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6/128/20261026519259.jpg
)
![[기자가만난세상] 태극마크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3/128/20260623516287.jpg
)
![[박현모의 한국인 탈무드] 프랑스의 위기와 세종의 ‘무간피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6/128/20261026518451.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