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1000MW급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다. 현지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삼성물산과 삼성E&A 경영진을 만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중동의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UAE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전력 공급시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UAE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25년 3TWh에서 2030년 6TWh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UAE 아부다비의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알 다프라 발전소는 삼성물산이 UAE 현지 건설사 트로잔 제너럴 컨트랙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 중인 시설이다. 발전용량은 1000MW로, UAE의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회장은 현장 직원들과 주요 시설을 둘러보며 공사 일정과 안전관리 상황을 확인했다. 이후 직원들이 평소 이용하는 현장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현지 생활과 근무 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물산과 삼성E&A 임직원들과는 별도 간담회를 열어 해외 사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주요 현안을 청취했다.
이 회장은 중동 지역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삼성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이란 등 중동 9개국에 파견된 관계사 임직원 730명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 상당의 현지 사용 상품권을 지급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가족들에게도 200만~300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감사 편지에서 “각자 자리에서 보여주시는 책임감과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회사는 언제나 여러분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도 UAE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에 체류하는 임직원 500여명과 가족들에게 격려 선물과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지원 대상이 9개국 730명으로 늘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현장 직원들의 안전과 근무 여건을 직접 챙기는 행보다.
이 회장이 방문한 발전소는 삼성의 기존 사업과 새로운 시장이 만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하며 대형 발전시설 시공 경험을 쌓았다. 삼성E&A는 UAE를 중동·아프리카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수행해 왔다.
중동 국가들이 AI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이 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드맥킨지가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UAE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5년 약 3TWh로, UAE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2%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6TWh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AI 확산에 따라 2030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가동하는 전력뿐 아니라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전력도 필요하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날수록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등 관련 시설의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삼성은 UAE에서 쌓은 원전·가스발전 및 플랜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은 변수다. 로이터통신은 UAE가 역내 안보 위험을 고려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발전소와 플랜트 시공 실적을 새로운 AI 인프라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이 회장이 현지 경영진과 신사업 진출 방안을 논의한 만큼 향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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