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용공여 비중 60% 달해 부동산금융 첫 역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신용융자 9조원 집중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을 내 산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다. 하루에만 900억원에 달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용공여금 규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넘어서며 돈을 빌려준 증권사의 자산건전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루 900억 터지며 7월 폭락장 수준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2888억원으로 지난 7월 중순 이후 세달 만에 다시 34조원대를 기록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로 여겨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본격적인 조정장을 맞기 전인 6월 말 38조원대까지 올라섰다가 조정을 거치며 8월 27조원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다시 불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신용융자는 주가 상승 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을 밑돌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실제 이달 들어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반대매매 금액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총 2534억원으로 집계됐다. 8일 하루 64억원 수준이던 반대매매 금액은 12일 271억원, 13일 594억원으로 뛰더니 14일에는 893억원으로 치솟았다.
특히 14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가 이뤄진 비중은 7.2%로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7월31일(7.1%)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초단기 빚투 지표인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이달 초 9800억원대에서 12일 1조원을 넘어선 뒤 14일 1조3575억원까지 급증해 추가 하방 압력을 키우는 양상이다.
◆부동산PF 넘은 신용공여… 반도체 쏠림이 ‘뇌관’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급증은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리스크로도 전이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평가 대상 29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중은 60.4%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54.1%)을 6.3%포인트 웃돌았다. 2022년 이후 부동산금융은 고금리 부담과 부실 확대로 위축된 반면 신용공여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급증하며 지난 3월 말부터 비중이 역전됐다.
실제 증권업 전체 신용공여금은 지난해 6월 말 4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63조9000억원으로 불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증시 급락으로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9월 말에도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 합계가 59조7000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부담 요인은 특정 종목에 대한 빚투 집중도다. 9월 말 기준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 33조4000억원 가운데 반도체 업종 비중은 31.1%(10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전체의 27.5%에 달하는 9조2000억원이 몰렸다. 두 종목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커 과거 영풍제지 사태 같은 대규모 미수금 손실 가능성은 작지만, 담보 자산과 투자 자산이 동일해 주가 하락 시 동반 가치 훼손이 일어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나이스신용평가 서재원 선임연구원은 “주가 급락과 거래량 감소로 반대매매가 지연되면 투자자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권 전반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더라도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개별 증권사의 실적에는 비교적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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