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아동반환청구’ 재판에서 승소한 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네 살배기 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딸은 결국 아버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8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모처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40대 A씨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와 유족에 따르면 A씨는 호주에서 아내 B씨가 낸 이혼 소송 중 양육권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0월 말쯤 딸을 데리고 서울로 입국했다. 당시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여러 약물을 처방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경찰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지난 3월30일 서울가정법원의 ‘헤이그 아동반환청구’ 재판에서 승소해 강제집행 허가를 받았다.
헤이그 아동반환청구(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는 16세 미만 아동이 불법적으로 이동되거나 유치되어 양육권이 침해되었을 때, 원래 상거소국(아이의 거주국)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관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이에 아내 B씨는 딸을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으나, A씨는 이미 딸과 함께 서귀포시로 이동한 상태였다.
B씨는 지난 4월 초 서귀포경찰서에 양육권 강제집행 협조를 요청하며 실종신고를 냈지만, 당시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영상통화만 진행하고 ‘딸이 잘 있다’는 식의 안내에 그쳤다.
이후 B씨가 거듭해 딸의 소재 및 학대 여부 확인, 전남편과의 분리를 요청한 끝에야 경찰은 같은 달 A씨와 딸을 파출소로 불러 신변을 확인했다. 호주로 돌아간 B씨는 대사관을 통해서도 관계 기관에 안전 확인을 지속해서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서귀포경찰서가 지난 3월22일 ‘아이가 계속 운다’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종신고 당시 이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관련 결과보고서조차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 2일 A씨가 딸이 다니던 서귀포시의 한 어린이집에 ‘미국으로 가게 돼 등원하지 않겠다’고 연락한 사실을 접했다. 즉시 호주 대사관을 통해 현지 법원에 긴급 조치를 요청한 B씨는 이튿날 딸의 여권을 취소하는 결정을 받아 출국을 막아냈다.
하지만 B씨는 제주경찰청에도 전남편의 이상 행동과 출국 우려를 알리며 안전 조치를 거듭 요청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오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 3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왜 실종신고 때 안내하지 않았냐고 묻자 ‘확인을 못 했다. 죄송하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도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었겠느냐”며 “타국에서 매일 관계 기관에 연락하고 경찰에 사정했음에도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추후 관련 내용을 정리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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