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시설 언급 처음 나온 것 아냐”
美당국·주미대사에 입장 전달 밝혀
정보제한 원인 소통 문제도 거론
“伊·加 등도 美와 안보·통상 갈등
동맹 파탄 공격은 한국이 유일해”
국내 정치권·언론 확대 해석 지적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간 대북 정보공유 제한을 둘러싼 논란과 정부 내 이견에 대해 미국의 판단 착오와 대미 소통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야권의 경질 요구를 ‘색깔론’과 ‘편향된 동맹관’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정보공유 제한 장기화의 원인을 미국의 ‘판단 오류’와 소통 문제에서 찾는 정 장관의 대응이 한·미 간 신뢰 회복과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공유를 제한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미국도 한국을 볼 때 언론을 보고 판단하지 않느냐”며 “이번엔 미국이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발언이 장관이 아닌 국회의원이었던 지난해 7월 처음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개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유출한 것이 문제라면 당시 발언부터 따졌어야 한다는 취지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미국이 공유한 정보를 누설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해명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러한 경위를 미국 당국자에게도 전달하고,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장기화하는 정보공유 제한 원인으로 미국 측의 인식 오류와 소통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정 장관은 안보·통상 현안을 둘러싼 미국과 동맹국 간 갈등이 한국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캐나다 등도 안보·통상 문제로 긴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동맹 파탄이라고 언론이 공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의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미국의 불신을 이유로 야권에서 자신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경질을 요구한 것을 ‘색깔론’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2026년에 경질해야 할 것은 색깔론이고 편향된 동맹관”이라며 “한·미 동맹은 이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간 이견 조율을 동맹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며 국내 정치권과 언론이 사안을 확대 해석해 악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정 장관의 이날 언론간담회는 사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마련됐다. 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공유 논란이 장기화하는 배경으로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의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간 노선 갈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미 자율성을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 공조를 우선하는 ‘동맹파’ 사이의 시각차가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 전반의 정책 조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초부터 미국 측이 국정원과의 소통을 거부했다는 이른바 ‘국정원 패싱’ 보도가 이어진 것도 자주파를 겨냥한 견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한·미 간 정보공유 제한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 장관의 해명과 미국 측을 향한 반박이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우려하는 민감 정보 관리와 재발 방지 문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인데, 정 장관은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고 미국 측의 판단 오류를 지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보 관련해 빚어진 논란은 그중 하나일 뿐, 결국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미국이 중국 견제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 상황에서 한국이 함께할 수 있는 동맹이자 파트너로서 충분히 유용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미국 측의 정보 누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논의가 이뤄져야지 ‘내 발언은 문제없다’는 식의 주장을 거듭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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