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과 달리 ‘취업제한’ 미적용
“타 퇴직 공무원과 형평 안 맞아”
‘헌재 내부규정 보완 필요’ 지적
올해 3월 재판소원(법원의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 전후로 헌법재판소 고참 헌법연구관들이 잇따라 대형로펌으로 이직하는 등 ‘헌재 전관 변호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보완책은 여전히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법상 ‘공직 퇴임 변호사’의 수임 제한 규정 역시 헌법연구관에 대해선 별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법조계 안팎에선 전관예우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이후 전관예우 및 부적절한 사건 접촉 방지를 위해 신설·개정했거나 검토 중인 제도·규정이 있는지’를 묻는 의원실 질의에 “없다”고 답변했다. 헌재는 “다만, 공직자윤리법, 헌법재판소 공무원 행동강령, 헌법연구관 윤리강령, 청탁금지법 및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따라 전관예우 등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한 경우 적극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범여권이 추진한 ‘사법 3법’의 일환으로 올해 3월 재판소원이 도입되자 법조계에선 헌법재판관이나 헌법연구관에 대한 ‘전관예우’ 우려가 나왔다. 사실상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장에선 헌재 내부 절차와 심리 구조를 잘 아는 전직 헌법연구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대형로펌들은 발 빠르게 전직 헌법재판관 또는 헌법연구관을 앞세운 대응 조직을 꾸렸다. 경력 20년 이상의 수석부장연구관 1명과 경력 15년 이상 선임헌법연구관 2명이 올해 줄줄이 대형로펌에 영입됐다.
헌법연구관은 헌법소송 심리 및 심판에 관한 조사·연구를 수행한다. 법원 재판연구관이 대법원 사건의 법리, 쟁점을 연구한 뒤 대법관에게 검토 보고서를 올리듯,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관에게 헌법소송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 해외 유사 사건 결정례 등을 정리해 보고한다. 다만 법원 재판연구관 대부분은 법관이지만 헌재는 법원에서 파견된 법관 인력을 제외하면 연구관 대부분이 법관 신분이 아니다.
헌법재판관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로펌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을 보좌해 사건을 검토하는 헌법연구관은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직 퇴임 변호사의 사건 수임 제한을 규정한 변호사법 31조에 따르면 법관, 검사, 장기 군법무관 등은 퇴직 전 근무한 법원, 공소청 등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조항에 헌법연구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변호사법 시행령의 ‘수임제한 대상 국가기관의 범위’에는 법원조직법,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군사법원법, 경찰법, 정부조직법이 규정돼 있지만 헌법재판소법은 빠져 있다.
법조윤리 전문가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출신 변호사 등 다른 퇴직 공직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도 헌재가 수임제한 대상 국가기관 범위에 포함되도록 개정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진우 의원은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뒤집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헌재가 정작 전관예우 방지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헌법재판마저 전관의 영향력에 좌우된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헌재 스스로 엄격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제도적 허점도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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