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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 재산 속속들이 파헤치며 설득 작업 병행…‘체납 1위’ 그는 왜 마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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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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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약 4000억원 세금 내지 않아
7월 1000억원 납부…선박 5척 담보제공
임광현, 라이베리아 등 해외 수장들과 소통
직원, 현지 파견해 재산 속속들이 파악
“국내서 사업해야 않겠느냐” 설득도 병행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5년 동안 납세 의무를 회피했던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 ‘체납액 1위’로 악명 높았던 그가 돌연 약 4000억원의 체납액을 완납하겠다고 밝힌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해외 세무당국과 빈틈없이 공조해 권 회장의 재산 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했던 국세청의 노력과 “이제는 떳떳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권 회장의 바람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7월 현금 1000억원 납부를 시작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개인 체납액 3938억원을 완납하겠다는 의사를 국세청에 밝혔다. 완납 의사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권 회장은 납부계획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자신의 선박 5척도 담보로 제공했다. 권 회장이 담보로 제공한 선박 5척은 평가액이 약 3000억원을 훨씬 상회하고, 선순위 채권 등이 없어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이 납부키로 한 체납액(3938억원)은 물론 이미 납부한 현금 1000억원을 기준으로 해도 국세청 역사상 최고 체납액 납부 사례에 해당된다.

 

20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지난 2012년 2월 15일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20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지난 2012년 2월 15일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2011년부터 버티던 권 회장이 왜 ‘백기’를 들었을까. 국세청과 임 청장이 라디오(CBS 김종배 시선집중) 인터뷰를 종합하면 ‘채찍’과 ‘당근’ 전략이 주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채찍’이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세무당국(라이베리아, 파나마 등)과 ‘탑다운’ 방식으로 물 샐 틈 없는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6월 제임스 도버 잘라 라이베리아 국세청장을 한국으로 초청해 징수공조 협정을 맺었다. 라이베리아는 전 세계 선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선박 등록지 중 한 곳으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선박 175척이 등록된 곳이다. 임 청장은 이 밖에 영국, 홍콩 등의 국세청장에게 “조세 정의 차원에서 체납을 정리해야 되는 건 과세당국의 의무 아니냐”며 협조를 당부했다. 청장 간의 소통으로 길이 열리자 직원들이 직접 해외에 파견돼 실무 작업에 나서며 권 회장의 재산을 속속들이 파악했다. 국세청은 조직 차원에서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연구용역 등을 실시해 권 회장의 압류 가능 재산과 현실적인 방법을 검토하며 실무진의 현장 활동을 뒷받침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올해 1월 ‘고액체납 특별대응 TF’를 신설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난 6월엔 권 회장의 시도쉬핑 한국영업소를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를 벌였다.

 

‘채찍’ 전략이 진전을 보이면서 권 회장도 심경 변화를 보였다. 권 회장은 국세청과 면담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고 싶고 한국의 장보고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세금 관련)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고령의 권 회장이 명예회복을 할 시점이 아니냐는 국세청의 설득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임 청장은 라디오에서 “이번에 세금 다 내시고 그리고 이 기회에 아예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셔서 여기서 사업을 하시는 건 어떠냐, 이런 제안도 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10월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활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임 청장은 고액체납 대응 성과 중 하나로 최고액 체납자인 '선박왕' 권혁 회장이 체납 후 15년 만에 체납액 3938억 원 전액을 완납하기로 한 사례를 설명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10월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활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임 청장은 고액체납 대응 성과 중 하나로 최고액 체납자인 '선박왕' 권혁 회장이 체납 후 15년 만에 체납액 3938억 원 전액을 완납하기로 한 사례를 설명했다

권 회장은 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도 약 4000억원의 체납액 납부를 회피해 온 인물이다. 그는 1990년 선박관리업체인 시도물산을 설립한 이후 한국 일본 홍콩 등에서 사업을 확장해 ‘선박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면서도 해외에 사는 것처럼 위장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2011년 과세당국으로부터 4100억원대 종합소득세를 고지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며 국세청과 소송전을 벌였다. 대법원이 2024년 최종적으로 국세청 승소 판결을 내린 뒤에도 권 회장은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통상 국세청이 과세 처분을 하면 세금을 납부한 뒤 불복에 나서지만 권 회장은 납부도 하지 않은 채 불복을 해왔다.

 

국세청은 권 회장 사건을 마무리하는 한편 탈세 적발에도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인 명의 슈퍼카를 사주가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황제 사택 문제 등이다. 임 청장은 “대통령께서도 조세정의를 굉장히 강조하고 계시기 때문에 2차, 3차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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