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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힘들이 모여 큰 순간 만든다”…베스트셀러 ‘긴긴밤’ 애니메이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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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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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지구상 마지막 흰바위코뿔소와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루리 작가의 장편 동화 ‘긴긴밤’(문학동네, 2021)은 상실을 겪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버팀목 되어 세상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렸다. 종(種)을 뛰어넘는 연대와 상호 돌봄을 담은 이 작품은 누적 판매 8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다. 뮤지컬과 판소리 음악극에 이어 3D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경쟁 부문 초청작 13편 중 애니메이션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첫 장편 연출작으로 BIFF에 초청된 염규복 감독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인 딸이 어렸을 때 원작을 읽어주다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원 서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긴긴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의 구원 서사가 아니더라”며 “우리 주변의 소시민으로 은유할 수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인생의 큰 모멘트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끌렸다”고 말했다.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 초청작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염규복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 초청작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염규복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주인공 코뿔소 노든은 인간에 의해 가족을 잃고 분노와 복수심을 키운다. 이후에도 소중한 존재들을 거듭 잃지만, 어린 펭귄과 함께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염 감독은 “큰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연대를 통해 치유되고, 그 마음을 내리사랑처럼 작은 존재에게 베푸는 (원작의) 정서를 지키고 싶었다”며 “그 과정에서 겪는 긴긴밤들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어린이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유머와 액션을 보탰다. 원작에 없는 익살스러운 캐릭터와 악역을 추가하고 추격 장면도 넣었다. 염 감독은 “어린이와 손잡고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도 많을 텐데, 그들을 위한 배려가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긴긴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긴긴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 문제로 작업이 1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염 감독은 “(동물의) 털을 표현하고 물 입자가 튀어 오를 때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구현하는 데 기술 개발(R&D)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며 “기술적으로 큰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작품의 영어 제목은 ‘롱롱 나이트(Long Long Night)’. 염 감독은 “롱롱 나이트메어(Long Long Nightmare)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농담했다.

 

정경희 제작자는 “국내에서 원작을 기반으로 한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 거의 처음이다 보니 다들 ‘믿을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했다”며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정도 작업하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며 “결과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목소리 연기에는 배우 수지·김규나, 성우 박기욱 등이 참여했다. 20여년간 광고 업계에서 일한 염 감독은 수지와 화장품 광고를 함께한 인연으로 그를 캐스팅했다.  염 감독은 “오래된 인연을 빌미로 수지씨에게 매달렸다”며 “수지씨가 열린 마음으로 임해줬고, 원작을 워낙 좋아해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긴밤’은 지난달 열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각국의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센터피스’ 부문에도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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