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섯 개의 점이 연 세상…한글 점자 ‘훈맹정음’ 100년을 만나다

입력 :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점에서 세상으로’ 특별전
박두성의 점자표·제판기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11점 공개
설명문에 점자 병기…촉각 모형·음성해설로 함께 관람

문자를 눈으로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끝으로 짚는 여섯 개의 점도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글자가 된다. 시각장애인에게 읽고 쓰는 길을 열어준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반포 100주년을 맞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립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과 함께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지난 7일 개막했다. 내년 2월 1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세계 점자의 탄생부터 한글 점자의 개발과 보급, 오늘날 생활 속 점자까지 살펴본다. 훈맹정음 점자표를 비롯한 국가등록문화유산 11점도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립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과 함께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지난 7일 개막했다. 사진은 1부 ‘여섯 개의 점: 세계 점자’ 행사 장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립한글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과 함께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지난 7일 개막했다. 사진은 1부 ‘여섯 개의 점: 세계 점자’ 행사 장면.

 

오는 11월 4일은 송암 박두성(1888∼1963)이 1926년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반포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전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글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배움과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떻게 넓어졌는지 돌아본다.

전시의 첫 경험은 글자를 읽는 대신 미술품을 만지는 일이다. 프롤로그에 놓인 엄정순 작가의 대형 촉각 미술품 ‘코 없는 코끼리 no.7’을 손으로 감상하며 관람을 시작한다. 눈으로 볼 수 없다면 형태를 어떻게 떠올릴 수 있을까. 촉각으로 작품을 알아가는 경험은 손끝으로 문자를 읽는 점자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1부 ‘여섯 개의 점: 세계 점자’는 점자와 시각장애인 교육의 발상지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1784년 파리에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학교를 세운 발랑탱 아위는 2년 뒤 펴낸 ‘시각장애인 교육에 관한 시론’에서 촉각으로 읽는 돌출 문자를 제시했다. 전시에서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이 책을 만날 수 있다.

 

훈맹정음.
훈맹정음.

 

이 학교의 학생이었던 루이 브라유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6점식 점자를 만들었다. 샤를 바르비에의 12점식 점자판과 루이 브라유의 6점식 점자판, 독일과 미국의 점자 자료 등을 통해 세계 점자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도 교육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손으로 읽는 문자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2부 ‘함께 하는 점: 한글 점자’에서는 박두성과 훈맹정음을 조명한다. 인천 강화 교동 출신인 박두성은 1913년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하며 시각장애인 교육에 뛰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어 점자만 배울 수 있던 제자들을 위해 한글 점자를 연구했고, 1923년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한 뒤 3년 만에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맹정음은 훈민정음의 뜻을 이어 붙인 이름이다. 초성·중성·종성을 구분해 받침이 있는 한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자주 쓰는 글자는 약자로 만들어 읽고 쓰기 쉽게 설계했다. 박두성은 반포 이후에도 전국의 시각장애인에게 우편으로 점자 교재를 보내는 통신교육을 펼치며 한글 점자를 보급했다.

 

앞 못 보는 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드림
앞 못 보는 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드림

이번 전시에는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3점과 송암점자도서관 소장 8점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11점이 나온다. 1926년 한글 점자표 ‘훈맹정음’, 점자 교육 자료 ‘한글 점자 쓰는 법’, 박두성이 사용한 족답식 제판기와 점자 타자기 등이다.

 

1933년 일본맹인협회에서 기증한 제판기는 금속 인쇄판에 점자를 새기는 기계다. 인쇄판을 고정한 뒤 자판으로 점자 한 글자를 치고 발로 페달을 밟아 새겼다. 점자를 널리 읽게 하려면 교재를 만들고 찍어내는 일도 필요했다. 박두성이 사용한 기계와 교육 자료들은 한글 점자의 탄생 이후 보급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여준다.

 

3부 ‘확장되는 점’은 한글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넓혀온 시간을 다룬다. ‘맹인 점자 사용 공인에 관한 건’(1947), 잡지 ‘촉불’ 등 기록 자료와 함께 점자정보단말기, 독서확대기, 점자가 새겨진 생활용품을 선보인다. 배우고 기록하는 문자였던 점자가 일상에서 정보를 얻고 사회와 연결되는 수단으로 확장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포스터.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포스터.

전시장 자체에도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모든 설명문에 점자를 병기하고, 주요 자료는 만져볼 수 있는 촉각 모형으로 제공한다. 음성해설도 운영한다. 관람 동선에는 손과 발로 공간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를 반영했다. 벽과 진열장에 안전 손잡이와 서로 다른 촉감의 재질을 붙였고, 공간의 시작점은 곡선, 진열장은 직선으로 배치해 관람객이 공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주제별 공간색도 명도와 채도를 조절해 저시력자와 색각 이상이 있는 관람객의 구분을 돕는다.

 

4부 ‘감각하는 점’에서는 점자책과 촉각책을 직접 읽고, 점자표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써볼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점자 도장과 색칠 활동지, 귀로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음성해설 체험도 마련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실제 점자판과 점필을 사용해 전시를 본 소감이나 점자에 관한 생각을 남길 수 있다.

 

김명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훈맹정음은 여섯 개의 점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읽고 쓸 권리를 돌려준 문자”라며 “반포 100주년을 맞아, 누구나 손끝과 귀로도 문자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오피니언

포토

신민아, 파리에서 근황
  • 신민아, 파리에서 근황
  • 김연경-부승관 '환상의 콤비'
  • 아이브 리즈, 청순한 미모
  • 솔라, 몸 뒤로 젖히고 날씨 만끽…탄탄 허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