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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나라는 웃는데 소비자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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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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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부추겨 ‘희비 쌍곡선’

메모리값 폭등으로 제품값 상승
저장장치 1년새 49.5% 뛰어올라
갤S26 출시한 뒤 27만원 인상해
치솟은 가격부담 소비자에 전가
향후 임금·집값 연쇄자극 우려도

정부는 세수 증가로 행복한 고민
AMRO, 韓 2026년 성장률 3.3%로 상향

인공지능(AI)발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와 함께 치솟은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메모리를 탑재한 저장장치의 가격이 40% 넘게 뛰는가 하면, 컴퓨터와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는 20%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나아가 반도체에 집중된 호황이 임금과 집값 등을 자극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5일 국가데이터처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 영향으로 관련 제품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저장장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45.9% 오르며 전체 품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컴퓨터는 27.4%, 태블릿을 포함하는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는 22.5%, 휴대전화는 8.3% 치솟았다. 9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상회했는데, 메모리가 탑재된 제품의 상승세가 전체 상승률을 견인하다시피 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와 함께 치솟은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로고.
인공지능(AI)발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와 함께 치솟은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로고.

 

메모리 탑재 기기의 가격이 치솟은 것은 AI발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이 큰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범용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지난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관은 4분기에도 범용 D램의 가격이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26의 가격을 이달 들어 최대 27만원 인상했다. 출시한 지 6개월 넘게 지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애플 역시 최근 출시한 아이폰 가격을 전작 대비 20만원가량 높게 책정했다. 제조사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소비재 가격에 반영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휴대전화의 경우 전체 물가 가중치 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에 속한다.

반도체 호황은 증시 활황과 정부의 세수 증가로 이어지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시장에서 시차를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사내 대출 확대 기대 등이 맞물리며 이미 경기 화성과 용인, 수원 등지의 ‘반도체 벨트’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 보고서는 “2016∼2017년 반도체 수출 확장기에도 정보기술(IT) 업종의 임금이 상당폭 높아지며 약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서비스 임금으로 파급됐다”며 “이에 영향을 받아 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확대된 바 있다”고 짚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고 정부는 세수가 증가했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물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성장에 비례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호황의 과실이 일부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상향되고 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이하 AMRO)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분석했다. 지난 7월 내놓은 전망치를 대폭 높인 데 이어 이달에도 0.2%포인트 추가로 올린 것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7%, 한국은행 3.3%, 아시아개발은행(ADB) 3.2%로 전망치를 상향했다. AMRO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내수 감소 영향을 AI 관련 수출과 투자가 상쇄할 것으로 봤지만, 향후 AI 관련 수요가 둔화할 경우 수출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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