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한국서화관(Korea Calligraphy & Painting Center·KCPC)이 16년 전 품었던 ‘서예 한류’의 꿈을 오늘의 K-ART로 확장하며 재개관했다. 전통 서예와 선비문화의 정신을 뿌리로 삼으면서 동양화와 서양화, 문자추상, 현대미술에 국제문화교류까지 아우르는 복합 전시 플랫폼을 지향한다.
한국서화관의 출발은 2010년 4월 17일 문을 연 ‘한국서예관’이다. 당시 김순기 관장은 “우리 선비문화를 한류의 중심에 세워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성북동을 한국 서예문화의 국제 교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주한 대사관이 밀집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외교사절들이 한국 서예와 문화를 접하고 이를 세계와 나누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개관 직후에는 법정 스님의 미공개 유묵을 선보인 ‘이심전심’전이 열렸다. 같은 해 열린 ‘개관 창신전-원로·중진 서예가 초대전’에는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원로와 중진 작가 50여 명의 작품 110여 점이 전시됐다. 당시 서로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던 서예계 원로들이 약 30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한국서예관은 출발부터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인과 세대, 장르를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을 지향했다.
김 관장은 이후 전시공간의 지속가능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문화예술학 연구와 학예 전문성, 공공기관 운영 경험,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 등을 바탕으로 전시기획과 경영, 기술 융합 역량을 쌓았다. 지난 5월 ‘한국서예관’에서 ‘한국서화관’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것도 서예에 머물지 않고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 미래기술을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담은 것이다.
재개관 이후의 전시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우향 김동애의 ‘나의 사랑 고양이’전은 친숙한 소재를 통해 동양화의 필묵과 인간의 감성을 연결했다. 무산 허회태의 예술인생 60년 기획초대전 ‘내가 안고 있는 꽃길’은 문자예술을 입체 조형으로 확장한 이모그래피와 이모스컬프처의 세계를 선보였다.
현재 열리고 있는 백농 한태상의 ‘문자추상의 현대적 변주’전(9월 9일∼10월 6일)은 한글 자모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색채와 공간의 조형언어로 전환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문자와 서예가 현대미술의 언어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한국서화관은 앞으로 국제문화교류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성북아트위크와 연계해 주한 외교사절과 가족들이 한글과 서예, 한국미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제1회 세계서화서울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의 서화와 세계 각국의 문자·예술문화를 연결하는 국제 플랫폼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서양화가 김중식 기획전과 일선 유기성 선생의 ‘효(孝)’를 주제로 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김 관장의 구상은 단순히 전시공간의 확장이 아니다. 16년 전 ‘서예 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꿈을 서화와 현대미술, 국제문화교류를 아우르는 K-ART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2010년에는 서예가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서화와 미술이 세계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며 “언젠가는 이 공간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 청년작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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