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6일 국방부가 주관한 사관학교 통합 공청회에서 통합 찬반의 주장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한 장의 교육 성적표가 공개됐다. 2024년 한국국방연구원 조사 결과 사관학교 전체 교육에 대한 긍정 평가는 25.2%였다. 공청회에서는 수도권 대학의 교육 만족도가 74.1% 수준이라는 비교 수치도 함께 제시됐다.
대학 교육의 성과 측정 관점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 수치다.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4년제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평가가 20%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교육에 대한 이러한 평가수치가 국민 앞에 제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낮은 교육 성적표가 제시됐다면 무엇보다 그 원인과 개선책이 공론의 중심에 놓였어야 한다. 사관학교의 미래 체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수준의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 역시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사관학교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 역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미 해군사관학교는 1947년부터 미국 교육부가 인정하는 독립적인 고등교육 인증기관의 기관인증을 받아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외부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교육 개선에 반영해 왔다는 점이다.
외부 검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 해사는 전국 대학생 학습참여도 조사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2017년 조사에서는 생도의 94%가 전반적인 학교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다른 연방사관학교들도 외부 고등교육 인증기관의 주기적인 평가와 재인증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사관학교에서도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까지의 제도와 관행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 사관학교는 군의 특수성 속에서 독자적인 교육체계를 발전시켜 왔지만, 미국 사관학교와 같은 독립적인 외부 평가·인증체계는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스스로의 기준과 평가에 머물러 온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교육의 질을 독립적인 외부기관의 평가와 검증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성과를 스스로의 기준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군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고 전쟁의 양상도 인공지능(AI)·사이버·우주·무인체계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사관학교 교육의 핵심은 미래 장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점검하고 개선해 온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자기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한 변화 없이 어떠한 교육체제를 선택하더라도 사관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사관학교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높은 교육적 위상과 신뢰를 이어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스스로 외부의 평가와 검증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교육을 점검하고 변화시켜 온 것도 그 하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외부 평가라는 제도 자체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교육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변화해 온 자기혁신의 자세일 것이다. 25.2%라는 교육 성적표가 대한민국 사관학교 교육을 다시 돌아보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광섭 전 해군사관학교 교수 이순신 세계홍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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