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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여전히 유엔의 적”… 헌장 수정 요구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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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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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표부 “日 재군사화, 지역·세계 평화 위협”
日을 ‘적국’으로 명시한 유엔 헌장 53조 지지
다카이치 “日, 70년간 유엔 활동에 크게 기여”

9월 들어 세계 각국의 유엔 외교가 활발해지며 유엔 헌장 제53조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흔히 ‘구(舊)적국 조항’으로 불리는 53조를 헌장에서 삭제하자는 일본과 여전히 유효한 만큼 그래선 안 된다는 중국이 팽팽히 맞선다. 중국이 거부권을 지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란 점을 감안하면 일본 요구가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5년 10월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직후 다카이치의 ‘대만 유사시 파병’ 발언에 중국 정부가 격노하며 양국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교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5년 10월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 직후 다카이치의 ‘대만 유사시 파병’ 발언에 중국 정부가 격노하며 양국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교도연합뉴스

3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쑨레이(孫磊) 중국 유엔 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쑨 부대표는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유엔 총회 연설 도중 구적국 조항의 조속한 삭제를 호소한 것에 대해 “중국은 일본의 요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일본의 재군사화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을 변경하거나 삭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2차대전이 끝나고 1945년 10월 공식 출범했으나, 그 설립에 관한 논의 거의 대부분은 전쟁 기간 중에 이뤄졌다. 실제로 2차대전 동안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에 선전 포고를 한 연합국 51개국 대표가 미국에 모여 유엔 헌장을 채택한 것은 전쟁 말기인 1945년 6월의 일이다. 그래서 유엔 회원국들은 헌장 53조에 독일, 일본 등을 ‘적국’(enemy state)으로 규정한 문구를 삽입했다.

 

이는 독일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2차대전 추축국들의 재침략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유엔 헌장상 유엔 회원국이 특정 국가에 무력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안보리 승인을 필요로 헸다. 그런데 저마다 거부권을 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 간의 견해차로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 발생이 예견됐다. 이에 대응하고자 유엔 헌장 53조에 독일이나 일본이 재침략을 일삼는 경우에는 안보리 결의 없이도 회원국 누구나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적국 조항의 핵심이다.

 

이후 일본은 1956년, 독일은 1973년에야 비로소 유엔에 가입했다. 애초 유엔의 적이었던 일본, 독일이 이제는 유엔의 일부가 된 셈이다. 유엔 총회는 적국 조항이 더는 국제사회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2005년에는 적국 표현 삭제를 골자(骨子)로 하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를 통과했다. 최근까지도 적국 조항은 완전히 사문화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바람에 펄럭이며 심하게 구겨진 중국 국기(왼쪽)와 일본 국기가 요즘 두 나라의 극심한 갈등을 상징하는 듯하다. 연합뉴스
바람에 펄럭이며 심하게 구겨진 중국 국기(왼쪽)와 일본 국기가 요즘 두 나라의 극심한 갈등을 상징하는 듯하다.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2025년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 파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중국은 갑자기 적국 조항을 꺼내들어 일본을 공박했다. 일본 자위대의 대만 개입은 유엔 헌장 53조에 규정된 ‘적국(일본)의 재침략’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내놓았다. 당장 이날 유엔 총회 발언에서 쑨 부대표는 “일본이 최근 몇 년간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살상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했으며 미사일 배치 등 공격 능력 강화를 추진했다”며 “이는 일본의 재군사화가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에 위협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만약 일본이 대만에 자위대를 보낸다면 안보리 승인 절차 없이 중국 단독으로 일본에 무력 조치 등 응징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2일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처음 행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 헌장에 명시된 적국 조항의 조속한 삭제를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1956년 유엔 가입 후) 70년간 유엔의 활동에 크게 기여해 온 일본의 자부심과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는 말로 각국 대표들에게 호소했다. 다만 중국이 완강히 반대하는 사안인 만큼 실현에 옮겨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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