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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계약 합의 해제해도 채권 압류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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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림 기자 seoulfore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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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합, 25년 만에 기존 판례 변경
채무자 처분보다 채권자 이익 우선
현저히 부당한 경우만 예외 인정

채권자가 받을 돈을 압류한 뒤 계약이 합의 해제됐더라도 이미 이뤄진 압류 효력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그동안 채무자가 채권을 소멸시키면 재산을 보전받지 못했는데, 25년만에 압류채권자 이익을 우선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A씨는 2015년 한 회사의 사업에 3억원을 투자했으나 회사가 공사를 시행하지 못하자 투자금에 이익금 1억원을 더한 4억원을 돌려받기로 약정했다. 이후 이 회사는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B사에 8억5000만원에 넘기는 계약을 했고, A씨는 2020년 회사가 B사로부터 받을 사업 양도 대금 채권 중 3억5000만원을 가압류했다.

 

A씨는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한 뒤 B사를 상대로 추심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B사는 이미 해당 회사와 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계약을 해제했기 때문에 A씨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두 회사의 계약 해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 소멸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을 합의해제해도 원칙적으로 압류 효력은 유지된다며 25년만에 판례를 바꿨다.

 

대법원은 “합의해제는 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발생한 상태에서 압류된 채권을 소멸시키는 채무자 행위라는 점에서 채권 자체를 처분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합의해제로 촉발된 법적 위험은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법정·약정해제 사유가 이미 갖춰졌거나, 계약의 성격과 합의해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압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계약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 처분의 자유보다 우선해 보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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